올해 검경 상하관계 '균열' 생기지만..여전히 숙제 남은 경찰

이승환 기자 2021. 1. 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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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지휘 벗어나는 발판..통제권 여전 '독소조항' 목소리도
"수사력 입증해야" 목소리 커져..경찰권 분산도 요구받아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경찰을 소재로 한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배역이 있다. 검사다. 영화 '공공의 적'처럼 검사가 주인공 형사의 수사를 훼방 놓는 경우가 많다. 영화 '암수살인'에서는 이와 달리 검사가 주인공 형사의 든든한 지원자로 나온다.

검사가 훼방꾼이든 지원자이든, 공통적인 장면이 영화에 담긴다. 경찰이 검사의 통제·지휘를 받는 모습이다. 영화가 창작물인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검사와 경찰관 간 상하관계 만큼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경찰, 무혐의 사건 자체적 종결 가능

그러나 올해부터 이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1일 사정기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검사와 경찰관이 대등관계로 전환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상하관계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고 그 하위법령까지 국무회의를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 올해 첫날부터 시행되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된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을 때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건은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경찰은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사건을 종료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경찰은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검찰의 경찰 통제권은 남았다. 검사는 Δ보완수사 요구 Δ시정조치 요구 Δ재수사 요청을 경찰에 할 수 있다.

특히 사법경찰관이 무혐의로 결론내린 사건에 대해 검찰은 90일 이내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90일 지난 후에도 명백한 증거·사실, 허위·위조 정황이 발견되면 검찰은 언제든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경찰은 이를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사가 재수사 사건 송치를 경찰에 요구하고, 경찰이 수사를 중단한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한 명시한 하위법령도 경찰 내부에선 비판이 제기된다. 검사와 경찰의 상하관계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별관. 2020.12.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경찰 입장에서는 여전히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경찰의 바람대로 검찰이 기소만, 경찰이 수사만 담당하는 수사·기소 분리를 실현하려면 독소조항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경찰이 수사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사권 조정 원년인 올해 경찰 수사력이 의심 받는 상황이 확산하면 검찰의 지휘·통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점을 언급한 뒤 "구성원들이 올해 바짝 긴장해야 한다"며 "이제는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룡 청장은 수사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신년사에서 "범죄 피해의 최소화와 회복에 방점을 두는 '국민중심 책임수사'를 경찰 수사의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며 "사건 접수부터 피해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고품격 수사로 공감·공정·인권수사를 체질화한다면 국민은 '수사권 개혁'의 혜택을 피부로 실감하며 아낌없는 박수와 신뢰를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비대화 억제 장치도

올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권이 확대되는 동시에 경찰의 비대화를 억제하는 제도도 마련됐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과 자치경찰제 시행이다.

이에 따라 경찰의 업무는 세 갈래 나뉜다. 국가 경찰·수사 경찰·자치 경찰 등 '3원 체제'다. 국가 경찰은 경찰청장이 지휘하고 수사 경찰은 국수본부장이 지휘한다. 자치경찰은 시도지사 소속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한다.

지휘 계통을 '3원화'해 경찰권을 분산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국가경찰·수사경찰·자치경찰 간 중복되거나 나누기 애매한 업무가 발생할 경우 '누구의 지휘를 받아야 할지' 현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는 "자치경찰제든 국수본이든 지휘체계 변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선 경찰이 지시를 받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곽 교수는 "무엇보다 자치경찰체로 일선 경찰들은 지방자치단체와의 지휘 권한도 무시할 수 없어 부담이 가중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과 혼란을 완화하는 방안을 현장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대 국수본부장이 누가 되느냐도 수사권 조정 원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수본 출범의 주요 취지는 경찰청장에 권한이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수본부장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경찰청장을 대신해 수사를 총괄 지휘하도록 제도화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권력기관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2.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부가 국수본부장 인선을 위한 공모에 돌입한 만큼 초대 국수본부장은 정초 경찰 인사 가운데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공모 과정에는 수십 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국수본부장 인사는 다음 달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찰청은 이날(1일)부터 11일까지 국수본부장 외부 공모를 위한 서류 접수를 진행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교 교수는 "초대 국수본부장은 경찰 문화를 이해하고 정치 중립적인 활동을 해왔으며 국가 안보 의식도 갖춰야 한다"며 "국수본부장의 권한이 오용되면 정보와 수사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화학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추상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국수본부장은 자기 소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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