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제발.. 잃어버린 꿈을 되찾게 하소서 [2021 신년특집-신년시화]

김신성 2021. 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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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지치고 너무 많이 피곤합니다.

너무 많이 쓸쓸하고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너무 많이 그립고 너무 많이 배고픕니다.

손에 손 잡고 장벽을 넘던, 그날의 어깨동무 함성은 어디로 갔나요? 너무 많이 부끄럽고 너무 많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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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책장을 넘겨 백지를 마주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명호의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2’는 바닷가에 빈 캔버스가 서 있는 사진이다. 부산 다대포와 서해안 갯벌 등 광활한 자연을 찾아다니며 촬영했다. 보통 캔버스 안에는 무엇인가가 그려져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상태다.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고요한 풍경은 우리에게 말한다. 어떤 모습도 담고 있지 않을 때 사실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희망의 보습으로

강현국

너무 많이 지치고 너무 많이 피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던 길 멈추고, 빛나는 산정을 바라보게 하소서.
새해 새아침을 알리는 눈부신 태초의 태양을 바라보게 하소서.

너무 많이 쓸쓸하고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던 일 멈추고, 때 묻은 발자국을 돌아보게 하소서.
힘겨운 한철, 남루한 너와 나의 민낯을 아주 천천히 돌아보게 하소서.

너무 많이 그립고 너무 많이 배고픕니다.
손에 손 잡고 장벽을 넘던, 그날의 어깨동무 함성은 어디로 갔나요?
너무 많이 부끄럽고 너무 많이 괴롭습니다.

세상은 온통 힘들고 아픈데 나 혼자 편안한 몰염치의 식탁과
사라진 평등, 무너진 공정, 짓밟힌 정의가 버릇처럼 날뛰는 후안무치와
이념과 진영의 멱살잡이로 지새운 파렴치의 일상을 뉘우치게 하소서.

너무 많이 외롭고 너무 많이 두렵습니다.
새해에는 제발, 새해에는 제발!
저 하늘 종소리가 일깨우는 화해와 용서와 사랑의 가르침을 듣게 하소서.

백의白衣의 용사들 신축년辛丑年 푸른 들녘 횃불을 밝혔나니
소처럼 튼튼하고, 소처럼 미덥고, 소처럼 당당한 희망의 보습으로
따뜻한 이웃, 행복한 일자리, 잃어버린 꿈을 되찾게 하소서.

■ 강현국
1949년 경상북도 상주 출생. 1976년 시인 김춘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시 ‘강설기’, ‘일몰 이후’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자유시’ 동인, ‘시와 반시’ 창간 동인으로 활동.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총장을 역임했다. ‘시와 반시’는 타성에 젖은 시단에 반기를 들면서 새로운 창작실험을 표방하는 순수문학 동인지. 강현국의 시는 절망과 비애의 정서를 이끌어내면서도 그것을 반어적이고 풍자적인 어조나 독특한 기법을 통해 표현해냄으로써 시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 이명호
1975년생. 중앙대와 동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예술-행위 프로젝트’라는 명명 하에 풍경에 흰 캔버스를 설치하고 촬영한다. 예술의 역할을 환기하며 사진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도다. 첫 번째 ‘예술-행위 프로젝트’였던 나무 작업은 일찍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국립도서관을 비롯해 장폴게티미술관, 암스테르담사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엘턴 존이 그의 작품 세 점을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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