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대 "미중 新냉전 없지만 무역전쟁 계속된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1. 1. 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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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美 컬럼비아대 석학 3인이 본 '바이든 시대' 미중, 그리고 한국
토마스 크리스텐슨 컬럼비아대 SIPA(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컬럼비아대


'트럼프 시대'가 가고 '바이든 시대'가 열린다. 최대 관심사는 바이든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벌일 글로벌 패권 투쟁의 향배다.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반세기 만에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은 미중 관계. 패권국과 도전자의 갈등은 결국 '신(新) 냉전'과 군사적 충돌로 치닫을까.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든 미중 무역전쟁은 조만간 끝날까. 또 둘 사이에 낀 한국은 어떤 운명에 처할까.

이 질문들을 미국 명문 컬럼비아대의 석학 3명에게 각각 던졌다. △미 국무부 중국 담당 차관보까지 지낸 미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 토마스 크리스텐슨 SIPA(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 △미국 민주당 계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무역 전문가 아밋 칸델왈 경영대학원 교수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선임국장을 겸한 한국 전문가 스티븐 노어퍼 SIPA 교수가 그들이다.

"미중, 육상 아닌 해상·공중 충돌 가능성"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이메일로 이뤄진 대화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신냉전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과 현재 미중 갈등의 차이를 조목조목 짚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냉전은 서로 분리된 경제블럭이 바탕이 됐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속에는 미국의 많은 동맹국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협조할 동맹국을 찾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이미 국제교역 질서에 너무 깊숙히 편입돼 있다. 미국, 한국, 일본, 호주 모두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대상국이다.

일부 사람들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미국 중심,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중국 주도의 경제블럭이라고 단순화시켜 생각하길 좋아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기에 참여한 국가들 상당수가 겹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지금 중국이 미국과 적극적으로 이념 대결을 펼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소 냉전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투쟁이 핵심이었다"며 "하지만 중국식 권위주의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응용 역사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15세기 이후 서양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갈등 대부분이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이런 현상에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이름을 붙였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 세력과 스파르타 동맹 간 패권 다툼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남긴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다.

앨리슨 교수는 이를 근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면서 충돌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한반도과 남중국해를 꼽았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크리스텐슨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격화를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지역의 육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대신 가까운 미래에 해상과 공중에서 미중간 충돌이 발생할 여지는 있다. 미국의 뜻에 반해 중국이 지배력 확대를 노리는 남중국해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육상에 비해서 해상은 지배력을 확보한다고 해서 그 전략적 이점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해상에서 잦은 충돌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갈등은 관리 가능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

크리스텐슨 교수는 당분간 미중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중국은 항공모함 전력 등에 있어 자신이 미국보다 군사적 열세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은 아직은 미국에 크게 못 미친다. 한때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던 과거 소련의 군사력과는 다르다. 중국의 핵심 동맹국은 북한과 파키스탄, 수단, 짐바브웨 정도 뿐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만약 우리가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잘못된 가정에 바탕을 두고 전략을 짠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예전처럼 필요할 때 중국과 협력하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중 갈등은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안 됐다"고 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간과하고 있지만 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며 조심스레 귀띔했다. "중국 내부의 자유주의 세력들이 중국의 권위주의 통치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는 과거 중국의 내전 사례들을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밋 칸델왈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컬럼비아대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대선 경합 지역 득표전략"
칸델왈 교수에겐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역시 단호하게 답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당분간 끝나지 않는다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관세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고 새 행정부가 들어서도 대중국 관세를 낮추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국제무역의 문제가 아닌 국내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후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EU(유럽연합) 등에 부과한 추가관세와 그에 따른 상대국의 보복관세가 미국 각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40∼60%를 득표한 이른바 '스윙(경합) 카운티(주 다음으로 큰 행정단위)'에 기반을 둔 산업들이 관세전쟁에 따른 대부분의 혜택을 누렸다.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 펜실베이니아 주의 철강 산업이 대표적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성향이 강한 중서부 농업지역들은 대체로 관세전쟁 때문에 대중국 농산물 수출이 줄면서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

재선을 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표가 절실한 경합지역에 경제적 혜택을 몰아주는 대신 정치적 텃밭에는 오히려 손해를 안긴 셈이다. 재선 또는 정권 재창출을 노려야 하는 차기 대통령도 이런 정치공학적 셈법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미국 전체 소비자들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득보다 실이 컸다.

"대개 행정부가 관세를 인상하면서 노리는 효과는 수입업자들이 세전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이 경우 수입물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세 수입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추가관세와 보복관세 속에서도 수입업자들은 세전 가격을 거의 인하하지 않았다. 그 부담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손실이 51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하려 한 미국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아닌 자동화라고 칸델왈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가 중국에 무역규범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중국 추가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적재산권 침해 등 중국의 무역규범 위반은 바이든 당선인 역시 해결을 강조해온 문제다.

스티븐 노어퍼 컬럼비아대 SIPA(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사진=컬럼비아대

"바이든, 한반도 통일에 관심…북핵 특사 임명할 수도"
그렇다면 바이든 시대의 미중 갈등은 한국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노어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관계가 여러 분야에 걸쳐 악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앞날에 헤쳐나가기 매우 어려운 길이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와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낙점한 외교안보 참모들의 발언을 보면 이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하다. 바이든의 사람들 역시 중국의 부상을 미국의 큰 위협으로 본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옥죄는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고립주의적 노선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인권 문제 등을 앞세운 다자적 접근을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국에 대중국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노어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강한 조건을 내걸고, 무리한 선택을 강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도 "(미중 사이에서) 쉬운 해법은 없다"고 토로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전략을 택할 지도 물었다.

"북미 정상회담 등 양자적 접근과 다자적 접근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톱다운'(하향식)이 아니라 실무 협상을 우선하는 정상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게도 국내 문제와 이란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도 '전략적 인내'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핵기술은 바이든 외교정책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특사를 임명하는 등 적극적인 북핵 해결 노력에 나설 수도 있다."

노어퍼 교수는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 두 달 내에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문제가 빠르게 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노어퍼 교수는 "바이든 당선인은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크다"며 "미국이 한반도 통일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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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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