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차' 산악지형 스위스서 통했다..트럭기사 '엄지척'

우경희 기자 2021. 1. 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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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브레인]①김세훈 현대차그룹 연료전지사업부장

[편집자주] 수소경제는 매년이 원년이다.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상용화(2018년)와 수소대형트럭·연료전지 수출(2020년)에 이어 2021년은 에너지기업들의 수소산업 진출 러시로 인프라 대전환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 중심에는 기업이 있고, 사람이 있다. 머니투데이가 신축년 수소경제를 이끌 주역들을 소개한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 부사장/사진=현대차

"국토 전체가 산악지형인 스위스에 엑시언트(수소전기트럭)를 보내놓고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스위스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서나 경쟁력이 있다고 본 건데요. 수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위스 트럭 기사 분들이 대만족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때서야 디젤 덤프트럭 수준의 성능에 버금가는 수소연료전지트럭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자식 같은 엑시언트 수소트럭 초도물량을 스위스행 배에 실어 보내고, 김세훈 현대차그룹 부사장(연료전지사업부장)은 며칠동안 밤잠을 설쳤다. 과연 스위스 도로에서 엑시언트가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 대형트럭인 엑시언트 양산 라인을 만들어, 깐깐한 스위스 시장을 뚫었다. '실험'과 '실전'은 다르다. 트럭이 언덕길을 오르는 '풀(full)부하' 상태에서 수소연료전지스택과 배터리가 조화로운 힘을 낼 수 있을지, 스위스 같은 산악 도로에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스위스 트럭기사들이 엑시언트의 성능에 '엄지척'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서야 김 부사장은 한숨을 놓았다.
"모든 것이 최초, 기술 믿고 간다"
(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는 7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에서 유럽으로 수출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스위스 주요 7개 마트·물류 기업에 인도했다. 이날 적재함 탑재 작업을 마친 차량 7대를 1차로 인도했으며, 10월 말 3대를 추가로 인도할 예정이다. 이후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수소전기트럭 총 40대를 스위스에 추가 수출할 예정이다. 스위스 정부는 수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스위스 각 지역에 100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차량 앞에서 스위스 고객사 쿱(Coop) 관계자가 기뻐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2020.10.8/뉴스1
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모빌리티(이동수단) 총괄이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수소연료전지 전문가다. 그와 현대차가 함께 가는 길이 곧 수소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방향이다. 투싼 수소전기차를 비롯해 첫 대중모델 넥쏘, 첫 수소트럭인 엑시언트까지 모두 김 부사장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지난달 2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김 부사장은 "이젠 2028년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양산에 집중하려 한다"며 "항공업계 요구인 현재의 3배 출력이 가능한 연료전지 개발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큰 성과로는 엑시언트의 스위스 수출을 꼽았다. 첫 납품에 이어 총 160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로 했다. 이미 엑시언트 초도물량에 대해 현지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김 부사장은 "유럽이 강하게 규제하는 탄소제로 기준에 맞추려면 기업이 생산은 물론 제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수소전기트럭 수요는 유럽과 미국 등 대형시장에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자신감은 오랜 기술개발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김 부사장은 "수소전기차의 발전 단계는 첫째 성능을 구현하고, 둘째, 내구력을 만족시킨 후 셋째, 원가절감을 이뤄야 한다"며 "현대차그룹 수소기술은 승용차는 이미 마지막인 원가절감 단계며 트럭은 내구만족, 항공은 성능구현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회사들이 승용차 개발을 건너뛰고 곧바로 수소트럭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현대차 외로운 싸움 끝낸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 부사장/사진=현대차
2021년은 수소경제 대전환의 해가 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현대차의 외로운 싸움이 올해는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더뎠던 수소충전소 확충 문제는 수소전기차 보급을 늘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수소충전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정유사들이 대거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면 수소경제는 판도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에너지기업들은 신축년에 앞다퉈 수소사업 진출에 나선다. SK그룹은 30조원 규모의 수소사업 구축 계획을 내놨고, GS그룹과 한화그룹, 포스코,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수소전기차를 팔려면 충전소도 너희가 알아서 세우라'는 식이었다"며 "정유사들의 기존 주유소·가스충전소가 수소충전소로 빠르게 전환한다면 수소인프라는 획기적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 역할이 컸다. 김 부사장은 "이전까지 수소충전소가 없으니 수소차 보급이 더디고, 또 수소차가 적으니 충전소를 못 짓는다는 논리가 팽배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명확하게 철학을 제시하며 에너지기업들이 수소시장에 발을 들여놨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의 당선으로 전 세계시장에서 수소사업 가능성은 더 명확해졌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 기업도 청정에너지 찾는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 부사장/사진=현대차
수소경제의 확대는 신재생에너지로 대변되는 청정에너지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다. 탄소배출 규제는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다. 김 부사장은 "CO2(이산화탄소) 감축은 기업 생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이젠 에너지와 모빌리티가 동시에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대에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운송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에선 수십 년 전 전기료가 싼 나이아라가폭포 근처로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이 대거 몰려들었던 시대가 있었다"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찾아 떠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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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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