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한국증시]① 단타 위주 개인 직접투자론 한계.. 공모펀드 되살려야

정해용 기자 2021. 1. 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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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 판매잔고, 10년 새 4분의 1로 줄어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로 수수료·보수 낮춰야
장기 주식투자자 세금 부담 완화 방안도 필요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팬데믹을 뚫고 사상 첫 2800고지를 밟았다. 2011년부터 1800~2600선을 오르내리며 박스권에 갇혀 있던 증시가 2800을 넘어선 것은 ‘동학개미’로 불린 개인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JP모건 등 국내외 증권회사들은 2021년 증시가 가뿐히 3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증시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개인투자자가 상승장을 기대하고 빚을 내 증시에 들어간 자금이 19조원을 넘었고 이런 자금들이 투자된 주식들은 조금만 주가가 하락해도 반대매매로 대량 매도물량이 나올 수 있다. 증시가 꾸준히 상승할 수 있는 방안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올해는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많이 진입했는데, 펀드 시장 활성화 정책까지 더해지면 시장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하는 것만으로는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기는 어렵고 펀드가 힘을 보태야 합니다."

오태동 NH투자증권(005940)리서치센터장은 펀드 시장 활성화가 2021년 코스피(KOSPI)지수 3000시대를 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상 처음 2800선을 돌파했지만 ‘삼천피(코스피 3000)’시대를 위해선 간접투자 자금 등 지금까지 국내증시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던 자금들까지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증시로 유입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2020년 증시 폐장일인 12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96포인트(1.88%) 오른 2873.47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01포인트(1.15%) 오른 968.42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단타’로 불리는 단기투자 위주의 시장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증시자금은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지는데 이런 투자환경에선 단기간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지수 급락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피는 2011년 이후 항상 1800~2600선 사이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스피 3000 안착을 위해선 공모펀드 자금을 증시로 더 많이 유입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공모펀드는 50인 이상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것으로 49인까지만 투자자를 모으는 사모펀드와 구분된다. 사모펀드는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주로 투자하지만 공모펀드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공모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237조2200억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말 232조930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12년간 투자규모가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는 126조5564억원에서 412조4090억원으로 3배 이상 투자규모가 늘었다.

그래픽 = 이민경

공모펀드 중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더 급격히 감소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말 공모펀드 중 주식형펀드(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투자금은 107조원이었는데 2019년말에는 28조9974억원으로 73%가 급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펀드 시장이 완전히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용사가 공모펀드를 팔기 위해 은행 등 판매회사에게 높은 판매 수수료·보수를 떼어주는 관행이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에 자금을 넣길 주저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판매사가 높은 판매 수수료·보수를 떼어가면 펀드가 수익이 나도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권 연구위원은 "수수료와 보수를 낮게 책정하면 판매사인 은행이 공모펀드를 안 팔아주는 구조라 높은 수수료와 보수를 줘야하고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보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파는 금융회사에 대해 (수수료·보수가 적정한지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느냐, 신뢰하고 있느냐 그게 제일 중요한데 상당수는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간접 투자에서 직접 투자로 옮기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글로벌 독립투자리서치 모닝스타(Morningstar)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부담해야하는 판매 수수료·보수 비율은 1.89%(2019년 기준)로 미국(0.59%), 호주(1.23%), 일본(1.31%) 등 주요국 보다 높다. 금융사(판매사)들이 펀드 수익의 많은 부분을 뺏어간다는 인식이 넓게 형성된 이유는 이런 높은 판매비용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KB,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 주요 판매사들이 이미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다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더 많은 수수료·보수를 주지 않으면 판매를 거부하는 관행이 다른 국가들 보다 비싼 판매 수수료·보수 관행을 만든 이유라고 지적한다.

그래픽 = 박길우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운용사들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공모펀드를 판매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오프라인 영업점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펀드를 팔면 판매 수수료·보수 없이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키움자산운용의 ‘키움 똑똑한 4차산업혁명 ETF분할매수’펀드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페이로만 판매됐는데 출시 11개월만인 지난 9일 펀드 순자산이 1000억원을 넘었다. 펀드 설정 후 수익률은 30.79%(28일 기준)다.

박해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온라인 모바일 앱을 통해 펀드를 사고 파는 환경이 오고 있다"며 "많은 운용사들이 내년부터 이런 직접 판매에 도전해 판매사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투자자들에게 판매 비용없이 펀드를 제공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공모펀드 시장에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투자자들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줘야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간접투자인 주식형 펀드뿐 아니라 직접투자자에 대해서도 1년 이상 장기간 주식을 보유한 경우에는 세금을 줄여줘야 단기투자 위주의 국내증시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주식형 펀드의 양도소득세와 관련해 입장을 번복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25일 2021년 세법개정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2022년부터 소액이라도 매매 차익이 생기면 20%의 양도세를 원천징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고 주식 배당금이나 펀드의 일부를 차지하는 채권 등에서 나오는 이자에만 배당·이자소득세(연 15.4%)를 냈다. 이를 바꿔 양도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 주식형 펀드 시장을 고사(枯死)시킬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7월 최종 세법개정안에서 2023년부터 주식 직접투자, 주식형 펀드의 이익과 손실을 합쳐 연 5000만원까지 양도차익을 비과세하고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20~25%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식투자 양도소득세 부과는 1년 이상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의 구분이 없어 장기 투자를 장려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기재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시중 자금의 단기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주식 장기 보유시 세제지원 등 장기 투자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권민경 연구위원은 "펀드 투자자(간접투자)들 중에는 증시가 상승하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펀드를 환매하려는 사람이 많고 운용사들도 펀드에서 돈이 빠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펀드 장기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면 이런 환매자금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자금에 대해 특별 세제 혜택을 원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 실제 이런 혜택을 주기가 쉽지 않다"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어려운 상태인데 좀 더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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