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태우고 버스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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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은 교통수단이다.
90년대 가요 '버스 안에서'와, "저, 이번에 내려요"라는 광고 문구가 모두 버스에서 탄생한 건 이야기가 드나들기 쉬운 특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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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류장김현석·남지현·이희영 지음/뭉클스토리·1만5000원
버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은 교통수단이다. 대부분 어둠 속을 달리는 지하철과 달리, 버스를 타면 바깥 풍경이 보이고 바람도 불어온다. 90년대 가요 ‘버스 안에서’와, “저, 이번에 내려요”라는 광고 문구가 모두 버스에서 탄생한 건 이야기가 드나들기 쉬운 특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각자의 정류장>은 106번 버스에서 뻗어 나간 이야기 6개를 묶은 소설집이다. 하필 106번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노선이다. 의정부시 가능동 차고에서 출발해 서울시 종로5가에서 회차하는데, 김현석·남지현·이희영 작가는 이 가운데 6개의 정류장(광장시장, 마로니에 공원, 미아사거리, 도봉산, 의정부, 창경궁)에 잠시 멈춰 이야기를 태운다.
첫 번째 작품 ‘나와 엄마의 결혼식’은 광장시장에서 펼쳐진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결혼준비의 메카였지만 이제는 전집과 육회로 명성을 겨우 이어나가고 있는 곳. 그런데도 엄마 ‘미옥’은 한복과 혼수를 모두 광장시장에서 맞춰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크게 부딪친 모녀. 결국 미옥은 딸에게 광장시장 배달꾼이었던 남편 경준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여는데…. 두 번째 작품 ‘다시, 학림’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학림다방을 배경으로 투쟁하는 여자와 예술하는 남자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했던 할머니의 생애를 담은 ‘보통의 삶’, 해고된 전직 상사맨의 첫 도봉산 등반을 다룬 ‘등산’ 등의 작품이 이어진다. 유신, 외환위기, 2002 월드컵 등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두루 경유하는 6개의 이야기 덕에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책이 읽힌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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