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 칼럼] '정권 교체' 여부가 판명될 새해가 열렸다

최보식 선임기자 2021. 1. 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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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바로 잡으려면
정권을 바꾸고
그 현실적 수단은
결국 선거 제도뿐
앞으로 97일 뒤
그날이 오는데..
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해 바뀐들 세상은 달라질 게 없어 보이나, 2021년은 2020년과 딱 하나 차이가 있다. 이제부터 ‘정권 교체’를 언급해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작년만 해도 설령 문재인 정권에 진절머리 쳐도 이 말을 꺼내기에는 좀 일렀다. 정권의 법정시한이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세밑에 한 지인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하야’ 1인 집회를 했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으면 대규모 집회로 현 정권을 벌써 끝장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재작년 최대 규모의 개천절 집회도 있었고, 광화문 광장에 주말마다 인파가 몰려나왔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 못 했다. 오히려 여당이 총선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나라를 바로잡으려면 정권을 바꾸고, 그 현실적 수단은 결국 선거 제도뿐이다.

올해는 ‘정권 교체’를 대놓고 떠들어도 더 이상 허황한 말이 되지 않는다. 97일 뒤 그날이 오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고작 잔여 임기 1년쯤 메울 서울·부산시장을 뽑지만 실제로는 최대의 정치 선거다. 그 승패가 내년 대선(大選)과 연결된다.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번 선거에서 판명날 것이다.

야당은 여당 시장들의 파렴치 행위로 비롯된 선거에서도 지면 영원히 ‘구제불능 당(黨)’이 된다. 우파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용케 이기면 기세를 몰아 대선 가도까지 순조롭게 달릴 수 있다. 대신 기세등등했던 문 정권은 반쯤 허물어지고 내부 분열과 이탈, 레임덕으로 직행할 공산이 크다.

‘선거 기술자’인 정권 핵심 세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앞으로 97일은 여당이 몇 번이나 변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상상도 못 했던 기술까지 동원해 현란한 뒤집기를 국민에게 보여줄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잠깐 앞서자, ‘이대로 앉아서 주워 먹으면 이긴다’는 쪽을 택한 것 같다.

국민의힘은 어느 구석을 봐도 표 받을 만한 매력이 정말 없다. 정권의 독주를 막아보겠다는 야당다운 결기를 보인 적도 없었다. 정권이 원하는 법안은 원하는 때에 모두 통과됐다. 그때마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라는 푸념을 반복해왔다. 적당히 야당 행세를 해온 셈이다. 그럼에도 야당 지지율이 이만큼 나온 것은 현 정권에 절망한 국민의 갈데없는 선택이었을 거다.

이런 무기력의 대명사 국민의힘이 ‘제1 야당’ 간판만은 대단한 브랜드인 양 내세우고 있다. ‘야권에 국민의힘 말고 뭐가 더 있느냐’고 뽐내기도 했다. 사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내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다. 국민의힘이면 어떻고 무소속 신진이면 어떤가. 오직 여당 후보와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야권 후보이기만 바랄 뿐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목표 외에는 다른 사항은 부수적이다.

국민의힘은 안철수·금태섭 등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안 들어오는 게 백번 낫다. 당 바깥에 경선 무대를 설치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비문(非文) 후보’들에게 초청장을 돌려야 한다. 안철수·오세훈·나경원·조은희·금태섭·김동연·홍정욱 등 개개인의 자격과 성향, 정치 역량 여부를 떠나 한 무대에 세워야 한다. 어떤 경선 방식을 택하느냐는 기술적인 문제다.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의힘 후보보다 ‘시민 후보’를 만들어내면 승리에 가까워진다. 후보 자산이 바닥난 것 같은 야당에 후보들이 북적거리는 모습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인물이 모이고 판이 커지면 우파의 영역은 확대한다. 선출된 후보는 야권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 현 정권에 실망한 젊은 세대와 중도 성향, 투표를 안 하려는 유권자들이 이쪽에서 희망을 찾게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통합 흐름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유독 제동을 걸고 있다. 안철수의 출마에 대해 ‘그가 나오든 말든 우리 당 후보를 잘 내면 승리가 확실하다’고 했다. 안철수는 기껏 몇 %밖에 못 얻으니 그걸 떼어줘도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거라는 식이다.

노련한 김 위원장이 이런 상황 인식을 하는 게 놀랍다. 얼마 전만 해도 ‘국민의힘에는 대선 후보감이 없다’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해 거론되는 시장 후보 중 적격자가 안 보인다’는 등 흠집 내는 품평을 해왔다. 그가 낙점해야 당의 후보가 되고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당내 구성원들은 이런 그의 오만을 지적하지 않고, 후보군도 불이익이 있을까봐 눈치를 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왜 이러는지 대략 알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과 대권욕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운 유혹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위한 국민의 절박함을 느낀다면 자신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문재인 유사 정권이 5년 더 연장될 경우 나라 모습을 떠올리면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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