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횡설수설/허진석]
▷황소장이 연출되다 보니 전 국민이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이 늘어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조어로 주식 초보를 의미)라는 말이 나왔고, 대학생들이 학교를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주식 공부를 하는 게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지난해 9월 기준 6개 증권사 신규 주식 계좌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다. 미성년의 초중고교생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도 늘었다.
▷세계 증시도 많이 올랐다. 세계 상장 기업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8일 100조1872억 달러(약 11경 원)로 사상 처음 100조 달러를 넘었다. 세계 시총은 그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약간 못 미쳐 왔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지난해 세계 GDP 83조 달러를 20% 이상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이다. 세계 시총은 지난해에만 17%(약 15조 달러) 늘었다.
▷증시 상승에는 코로나19 아이러니도 역할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시장경제의 ‘신경줄’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를 파괴하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야 거래가 이뤄지고, 그래야 돈이 돌고, 다시 다른 거래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성장한다. 바이러스로 실물경제가 망가질 것이 뻔하니 각국이 통화와 재정을 풀었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가 상승에 일조한 것이다.
▷코스피가 한창 오르면서 ‘곱버스’(곱하기+인버스)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곱버스는 주가지수가 떨어질 때 2배(곱하기)로 수익이 나도록(인버스) 설계된 상품이다. 이 상품의 인기가 오른다는 건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는 의미다. 이미 백신이 나왔고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 통화당국이 금리 인상 등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곱버스 인기에 힘을 싣는다.
▷새해 계획을 세우며 주식 투자를 고민하는 이가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의 절반가량은 주가 3,000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은 3,200 선까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도 잊어선 안 된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년 닷컴버블 고점 때의 지수를 회복하는 데 15년 걸리기도 했다. 주가 예상에서 진리가 있다면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것이다. 물론 골이 깊으면 산도 높지만.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차별 확산 뒤에야 “전원 마스크 지급”…수장인 秋 ‘침묵’
- “살려주세요” 피켓 호소, 처벌하겠다는 법무부
- 동부구치소發 추가 확진자 131명…구치소 사망 누적 2명 (종합)
- 법무부 노조, 추미애 대검에 고발…“구치소 집단감염 책임”
- 추미애 신년사 “법무부 업무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 유지”
- 정부, 모더나 백신 2천만명분 계약…내년 2분기부터 공급
- 與 “신현수, 盧정부 의리 지킨 사람”…檢 ·법조계 반응은?
- 文, 마지막 비서실장에 기업인 출신 유영민 낙점…이유는?
- ‘똘똘한 한 채’ 논란 속…노영민 “대통령 제대로 보필 못해 죄송”
- “윤석열이 보스 스타일?…막내 쪽지에도 답장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