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 단순하지 않은 마음
별일 아니야, 라고 말해도 그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고
작은 감기야, 라고 말해도 창백한 얼굴은 일회용 마스크처럼 눈
앞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눈병에 걸렸고, 볼에 홍조를 띤 사람이 되
었다가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병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걸
어오는 우리처럼 살아가다가 죽고 만다.
말끔한 아침은 누군가의 소독된 병실처럼 오고 있다.
저녁 해가 기울 때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감자튀김을 먹는 사
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말한다. “정말 끝내주는 경기였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숨을 고르는 상대편을 생각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
다. 아직 끝나지 않아서
밤의 비행기는 푸른 바다에서 해수면 위로 몸을 뒤집는 돌고래처
럼 우리에게 보인다.
매일 다른 색의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에서 사람들은 끊임
없이 모이고 흩어지고 있다.
버스에서 승객들은 함께 손잡이를 잡으면서 덜컹거리고, 승용차
를 모는 운전자는 차장에 빗방울이 점점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편
의점에서 검은 봉투를 쥔 손님들이 줄지어 나오지.
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없는, 돌아보면 옆의 사람이 생겨나는. 어
느새 나는 10년 후에 상상한 하늘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쥐었다가 펴는 손에 빛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었다. 보고 있지
않아도 그랬다.
내가 지나온 모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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