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펜트하우스에 살아요

서울문화사 2021. 1.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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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개츠비> 에 나오는 집처럼 화려한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공간을 보면서 호기심이 샘솟았다. 실제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도 저렇게 꾸미고 살까?


(왼쪽부터)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헤라팰리스, 헤라팰리스의 상징인 천사 모티프 분수대, 유앤빌리지의 파르크한남, 성수동의 트리마제, 용산의 한강트럼프월드, 부산의 엘시티, 송파의 시그니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펜트하우스 세트장

인간의 욕망은 과연 그 끝이 어디일지, 무서운 탐욕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화제다.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와 자극적인 설정도 인상적이지만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주인공들이 사는 펜트하우스 속 럭셔리한 인테리어. 우리나라 최고의 건물이라고 설정된 ‘헤라팰리스’ 속 펜트하우스는 그야말로 꿈의 집이라 여겨질 만큼 화려했고 놀라웠다.

인테리어를 담당한 이하정 미술감독은 펜트하우스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퇴폐적인 화려함이에요. 영화 <배트맨>의 고담시티를 떠올리며 작업했어요. 드라마 속 인물들은 부자지만 암울한 생활을 하고 있어 인테리어는 화려하지만 어딘가 어둡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화려함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감독이 참조한 것은 18세기 유럽의 로코코 양식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세트장에 구현하기는 어려워 석조, 유색 대리석, 금, 벨벳 소재를 활용한 아르데코 양식의 인테리어 공간을 만들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도 세트장을 구현하는 데 영감을 줬다.

“주단태(엄기준 분)는 결벽증과 편집증이 있는 인물이에요. 집 전체의 마감재를 화이트로 선택하고, 대비되는 컬러인 블랙의 가구와 소품을 매치했죠.” 드라마 속 사건의 중요 장소인 분수대도 더 과장된 디자인으로 클래식하게 제작했다. “헤라팰리스는 헤라 신의 궁전을 의미해요. 모성, 질투의 상징인 헤라를 떠올렸고, 천사의 이미지를 가미해 분수대를 디자인했어요.”

그야말로 신세계? 리얼 펜트하우스 인테리어

드라마에서 나온 바와 같이 펜트하우스는 고급 맨션의 꼭대기 층 주거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창문 밖으로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한 뷰를 자랑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요즘 프리미엄 주거 공간에는 입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프라이빗 파티 룸과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이 있는데, 펜트하우스는 아예 한 집을 위한 단독 파티 룸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고. 꾸밈바이 조희선 대표는 입주자들은 오히려 펜트하우스의 원래 인테리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당 억대인 펜트하우스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테리어를 새로 해요. 그래서 원래의 마감재를 보고 집을 고르진 않아요. 자신의 취향에 맞춰 새롭게 인테리어를 하죠.”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보면 궁전처럼 화려한데, 실제 요즘 펜트하우스에 사는 이들의 취향은 좀 다르다고 한다. 오히려 갤러리처럼 미니멀하고 모던하게 꾸민다고. 그림과 디자인 가구로 자신의 취향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 은유디자인 최인화 대표도 같은 의견이다.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분들은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벽을 심플하게 도장하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억대의 오리지널 가구, 몇천만 원대 조명을 넣어 스타일링을 해요.” 인테리어는 작품이 돋보이게 최대한 미니멀하게 디자인하지만, 층고가 높은 터라 시원스레 탁 트인 공간이 만들어진다. 고급 자재를 사용하는 건 당연한 수순.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하이엔드급 자재를 사용하는데, 웬만한 사람 눈에는 그 차이가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만큼 숨겨진 고급 자재죠. 집이 넓고 크다 보니 인테리어 비용만 일반 아파트 한 채 값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 조희선 대표의 말. 생각지 못한 인테리어 포인트는 또 있다. 하늘 가까이에 있는 통유리창으로 직사광선이 바로 들어오기 때문에 커튼이나 블라인드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 이 비용만도 보통 차 한대 값 정도. 층고가 높아 일반 조명은 어둡게 느껴져 설계할 때부터 빛을 고려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최고의 펜트하우스는?

하늘 위 저택으로 불리는 펜트하우스는 누구나 선망하는 주거 시설이다. 1920년대 들어 뉴욕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여럿 들어섰는데, 최상층 펜트하우스는 부호들의 차지가 됐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펜트하우스가 여럿 생겨났다.

지역별로 신축된 높다는 건물에는 대부분 펜트하우스가 있다. 요즘에는 비단 초고층 건물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완공한 청담동 PH129(더 펜트하우스 청담)와 에테르노, 이태원 아페르 한강 등은 모두 30층 이하 건물이지만 꼭대기 층에 펜트하우스가 있다. 왜 많은 이들이 펜트하우스를 선망할까? 여러 펜트하우스를 방문해봤을 법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고급 주거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공인중개사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펜트하우스는 매매가 흔하지 않아요. 보통 300억~400억원 하는데, 희소성에 대한 값이라고 보면 되죠.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줄을 서야 살 수 있어요. 완벽한 독립성 때문에 이 집을 찾는 거라 설계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구조를 어필하며 평생 살 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분양 자료를 볼 수도 없다. 로덴하우스의 성시철 대표는 생경한 펜트하우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낯설어하는 기자에게 “자동차라고 생각해보면 쉬울 것 같다”는 조언을 더했다. 일반 아파트를 에쿠스라고 보면 고급 빌라는 벤츠나 BMW, 펜트하우스는 페라리나 롤스로이스라는 것. 나이가 든 사람만 페라리의 차주가 아니듯 펜트하우스의 주인도 30대 초반이 많다고 한다. 감각적인 공간을 원하는 영앤리치들이 펜트하우스에 입성한다. 오히려 대기업 회장들은 사회적인 시선 때문인지 펜트하우스에 살지 않는다.

그는 “어느 펜트하우스가 최고냐”는 물음에 “동네에 하나씩 다 있다”며 비밀 유지 서약이 있어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기성복이 아닌 비스포크 슈트는 내 몸에 꼭 맞추는 옷이기 때문에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찾게 된다. 오너를 위한 맞춤 디자인으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를 만드는 롤스로이스도 색깔은 물론 도어, 핸들, 운전석 다이얼 등의 실내 장식 하나하나 직접 고를 수 있어 꿈의 차로 불린다.

펜트하우스 또한 설계 단계부터 집주인에게 맞춰서 만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집, 1%도 안 되는 이들만 누리기에 더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담아낸 욕망의 공간이 실제한다는 게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옥탑방도 똑같은 꼭대기 층에 있는데 왜 펜트하우스만 저리도 비쌀까? 기사를 준비하며 접한 한 누리꾼의 이야기가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기획 : 김하양 기자  |   사진제공 : SBS <펜트하우스>,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02-529-1855, www.nowarch.com), 대우건설(02-2288-3114), 로덴하우스(02-545-7534), 롯데물산(02-3213-5100), 이하정,  파르크 한남(1670-9811, paarchannam.modoo.at), ㈜엘투 건축사진가 이남선(070-4410-2632, www.ltwoarch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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