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이겨 내고 화합의 새 길 열어나가자

2020. 12. 3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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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경제 등 난제 산적한 상황
민주주의·법치 흔들어선 안 돼
국정기조 전환·통합리더십 절실
국민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해야
신축년(辛丑年) 새해 아침이 밝았다. 누구나 크고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지난해는 우리 모두에게 모질고 혹독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것을 삼키면서 세상을 바꿔 버렸다. 코로나19 유행으로 900여명이 사망했고 너나없이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화됐고 마스크 없는 외출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런 국난 상황에서도 정치는 제 길을 찾지 못했다. 여권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입법 독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이 실종됐다. 1년 내내 이어진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진흙탕 싸움은 법치를 흔들고 나라를 두 동강 내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올해는 반목과 갈등을 접고 화합의 계기를 만들어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절망과 회한을 접고 희망을 찾는 데 힘써야 할 때다.

현실은 엄혹하다. 코로나19의 불길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방역조치 강화에도 연일 10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는 실정이다.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깜깜이 환자’는 늘고 있다. 정부의 늑장대응이 화를 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까 두렵다. 세계 40여개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데 우리는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것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경제는 악화일로다. 도처에서 한숨 소리가 들린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매출이 뚝 떨어져 생계를 위협받는다. 거리마다 문 닫은 점포가 늘었다. 실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기업은 코로나19 충격에 더해 온갖 규제정책으로 신음한다. 거대 여당이 이른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을 강행 처리한 탓에 기업 경영환경은 역대 최악이라고 한다. 연초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마저 통과되면 기업엔 재앙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매매 등 부작용만 낳았고 집값·전셋값 급등으로 서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경제 논리에 바탕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

대외 환경도 먹구름투성이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해 제재와 국제공조를 토대로 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 등으로 맞대응할 것이 우려된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하면서 그동안 벌어진 한·미동맹 균열을 메워나가야 한다. 미·중 갈등과 같은 대외 변수에도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의 민주주의를 돌아보게 된다. 현 정부는 민주주의를 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협치를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고 했다. 실상은 달랐다. 거대 여당의 독주 과정에서 소수 야당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계에선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평가한다. 협치가 말로 그쳐선 안 된다. 민주주의는 여러 정치세력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타협을 도출해내는 절차를 중시한다. 다수결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참뜻과 거리가 멀다. 여권 지도부가 자성해야 한다. 집권 5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정운용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정 성적표가 부실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할 것이다.

오는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대선을 1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 선동이 극성을 부릴 것이다. 민주화 세력을 자임해온 집권층은 오만과 독선에 빠져 있고, 무능하고 분열된 야당은 국민에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택지가 제한적이지만 시민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 민심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한다.

법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과제다. 여권은 검찰개혁이란 미명하에 눈엣가시인 윤 총장을 몰아내려고 직무정지와 징계 등 온갖 무리수를 동원했다. 법원이 제동을 걸었지만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럼에도 여당 강경파는 윤 총장 탄핵론까지 제기한다. 여당은 검찰 수사권을 없애고 기소권만 남겨두는 방식의 ‘검찰개혁 시즌2’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문을 연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1차 수사 종결권을 넘겨받은 ‘공룡 경찰’ 조직도 오늘 출범한다. 권력비리 수사가 실종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정치가 법치를 덮어버리는 사태가 재연돼선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위기에서 벗어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 국난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데 국력을 집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더 이상 편가르기를 해선 안 된다. 상호 신뢰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고 정부는 민간 부문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화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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