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승어부

주춘렬 2020. 12. 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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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고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다)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 이 회장의 50년 지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지난해 10월 말 영결식 추도사에서 했던 승어부 헌사는 재계에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울먹이며 승어부 헌사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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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고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다)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 이 회장의 50년 지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지난해 10월 말 영결식 추도사에서 했던 승어부 헌사는 재계에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기업사를 돌아보면 후계자가 창업자를 능가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수성이 창업보다 어려운 까닭이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은 삼성그룹의 초석을 다지며 한국 자본주의를 개척한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아들인 이 회장은 탁월한 통찰력과 혁신경영으로 반도체 신화를 써가며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키웠다. 그의 성공 신화에는 남다른 열정이 숨겨져 있다. 이 회장은 1987년 11월 이 선대회장이 별세한 날에도 일본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시바, 소니 등 당시 일본 최고 기업들과 미팅 약속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물론 이 회장에게도 척박했던 개발시대에 ‘정경유착’ ‘황제경영’ ‘삼성공화국’과 같은 그늘이 없을 수 없다. 그는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전두환·노태우 뇌물사건 등에 휩쓸리며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울먹이며 승어부 헌사를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손정의 회장 같은 글로벌 기업 창업자들과 교류했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수백 배, 수천 배로 키우는 것도 봤다”며 “저 사람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까,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삼성이 한창 잘나갈 때 “나는 더 불안해”라고 했던 이 회장의 강박증을 떠올리게 한다.

승어부는 효도의 으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을) 모두가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회장이 남긴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고 그의 말처럼 최고 수준의 도덕성과 투명성으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뉴 삼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명운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부회장의 책임이 막중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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