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요란한 K방역과 '백신여권'

김민서 2020. 12. 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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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석사 유학길에 올랐던 2010년의 일이다.

우리가 K방역에 심취해 자화자찬하는 사이 전 세계 각국은 백신 확보 경쟁에 뛰어들어 새해가 오기 전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생산국에서 먼저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은 사실관계가 틀렸다.

대통령이 '다시는 지지 않겠다'던 국가 일본은 백신 선구매량이 이미 3억병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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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석사 유학길에 올랐던 2010년의 일이다. 런던 히스로 공항 출입국관리 담당자는 기자에게 가슴 엑스(X)선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결핵 보균자인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자보다 훨씬 깡마르고 왜소한 체구의 담당자 말에 웃음이 터졌다. “당신보다 훨씬 건강해 보이는 내가 TB(tuberculosis·결핵)면 당신은 암환자일 걸?”이라고 하니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결핵 보유국으로 분류한 국가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영국 정부는 아예 2013년부터는 영국에 6개월 이상 장기체류하는 이들의 경우 지정된 병원에서 결핵 검사를 받은 증명서와 비자 신청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보가 담긴 ‘백신 여권’ 개발이 추진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이제 해외 방문 시 백신 접종 여부가 출입국 제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았다. 백신 확보에 성공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맞이하는 새해 표정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김민서 국제부 차장
우리가 K방역에 심취해 자화자찬하는 사이 전 세계 각국은 백신 확보 경쟁에 뛰어들어 새해가 오기 전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생산국에서 먼저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말은 사실관계가 틀렸다. 백신 개발국이 아닌 여러 국가가 이미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선진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국가들도 백신 접종을 시작한 곳이 부지기수다. “특별히 늦지 않게 백신 접종을 할 것”이라는 말도 황당하다. ‘특별히 늦지 않은 시점’이 언제를 의미하는지 모르겠으나,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이미 백신 확보·접종이 뒤처졌다는 건 드러난 사실이다. 대통령이 ‘다시는 지지 않겠다’던 국가 일본은 백신 선구매량이 이미 3억병을 넘는다.

그간 K방역은 정부의 자랑이었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지정된 요일에 마스크를 사고, 또 잘 쓰고 다닌 국민이 참고 고생한 덕분이지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감염자가 무려 1000명 가까이 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해외토픽감이다. K방역이라는 말, 더는 하지 말자.

코로나19와 백신 접종을 둘러싼 정쟁화를 막으려면 정부가 먼저 자화자찬부터 멈춰야 한다. 아시아 최초의 화이자 백신 접종국으로 기록된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백신 확보 작업을 진두지휘한 싱가포르 관료가 현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백신 확보 비결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움직였다”였다. 소리만 요란한 K방역 자화자찬보다, 이젠 말이 아닌 실력을 보여 줘야 하는 때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여행 다닌 국가를 세어보니 32개국이다. 아직 못 가본 국가가 훨씬 많은데 새해엔 다시 해외여행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대로 가다 다른 국가 국민은 일상으로 복귀하고 해외여행 다니는데 우리나라 사람만 각종 생활규제에 시달리고 다른 나라는 구경도 못 가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김민서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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