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마음 따라 몸 따라

남상훈 2020. 12. 3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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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는다.

몸이 적잖이 늙었으니 마음도 그래야 하는데, 마음은 한사코 청춘인 척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또, 몸이 망가지면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이야 한순간이고, 도리어 마음이라도 젊게 가져야 남들의 웃음거리가 덜 될 것도 같다.

늙은 몸에 젊은 마음이 언감생심이겠으나,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동요 <새 신> 에 그 비법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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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는다. 무언가를 먹는 게 다 그렇듯이 바깥 것이 줄어 안의 것이 늘어간다면 장사로 치면 남는 장사가 분명하다. 그러나 나이 먹는다고 좋아하던 때는 어릴 적 잠깐을 지나고서는 큰 기억이 없다. 이런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이어서, 서경덕(徐敬德)의 다음 시조는 가히 촌철살인이다.

마음아 너는 어이 매양에 젊었느냐
내 늙을 적이면 넨들 아니 늙을쏘냐
아마도 너 쫓아다니다가 남 우일까 하노라

작가의 불만은 몸을 따라오지 않고 버티고 서있는 마음에 있다. 몸이 적잖이 늙었으니 마음도 그래야 하는데, 마음은 한사코 청춘인 척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청춘에 하던 일을 다 해내면 좋으련만, 잘하지도 못하면서 남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노욕(老慾)’이나 ‘노탐(老貪)’이라는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일도 줄이고 말도 줄이는 게 상책이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같은 항간의 지침을 따르는 편이 아무래도 신상에 이로울 듯하다. 그래야 “너는 어찌 안 늙었느냐”는, 현인의 통탄이 이치에 맞을 성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몸이 늙었어도 얼마간은 그대로인 마음이 사실은 고맙고 또 고맙다. 몸 핑계 대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그나마 굴러가던 몸도 아주 망가지기 십상이다. 또, 몸이 망가지면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이야 한순간이고, 도리어 마음이라도 젊게 가져야 남들의 웃음거리가 덜 될 것도 같다. 늙은 몸에 젊은 마음이 언감생심이겠으나,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동요 <새 신>에 그 비법이 나와 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이 노래는 옛날 명절 풍경과 닿아있다. 설을 며칠 앞두고 신 한 켤레 새로 사서 머리맡에 모셔두었다가 명절날 아침 그걸 신고 마당으로 나설 때의 그 기쁨과 설렘이 담겨 있다.

오랫동안 걸어오느라 지치고 뒤틀린 발이라 해도, 내 몸의 일부인 한 바꿔볼 재간은 없다. 발이 못 되면 신발이라도 바꾸어 신고, 온몸이 하늘로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머리가 하늘까지 닿는 그 느낌, 그 마음이라도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그때 ‘새 신(新)’의 즐거움이 용솟음쳐 나를 위로하고, 새 기운을 내 무언가를 해서 남들 비웃음 살 걱정 정도는 덜어주면 좋겠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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