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고용안정'도 책임져라? 이주열 "정책 일관성 유지 어렵다" 난색

곽주현 2020. 12. 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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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설립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고용 안정' 책임도 얹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지난달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한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재차 조심스러운 입장을 낸 것이다.

이에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가 공동 발의한 한은법 개정안 1조 2항엔 한은의 설립 목적으로 기존 '금융안정' 대신 '금융 및 고용의 안정'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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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설립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고용 안정' 책임도 얹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지난달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 안정을 추가한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재차 조심스러운 입장을 낸 것이다.

이 총재는 31일 '2021년 신년사'를 통해 고용 안정 책무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고용 안정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용 시 마땅히 고려해야 할 중요 판단 요인"이라면서도 "상충 가능성이 있는 여러 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올해 코로나19로 고용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야가 논의를 시작한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이 지나치게 물가 안정만 지향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고용 안정과 같은 실물 경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가 공동 발의한 한은법 개정안 1조 2항엔 한은의 설립 목적으로 기존 '금융안정' 대신 '금융 및 고용의 안정'이 들어갔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물가와 금융 안전에 더해 고용 안정까지 3가지 책무를 어깨에 짊어져야 한다.

최근 세계 중앙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고용안정을 점점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고용을 물가 안정의 '부속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들어 '평균물가목표제'를 통해 통화정책의 무게추를 물가에서 고용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은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준금리 조정이라는 하나의 수단만 가진 상황에서 세 가지 목표를 모두 추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 안정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 물가 안정 목표에 어긋나고, 이 상황에서 집값이 더 뛰기라도 하면 금융 안정 목표까지 희생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선진국 대비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해야 하는 국내 상황의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단순히 해외 중앙은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되돌아보면 그 동안 경제위기를 겪은 후에는 중앙은행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뒤따랐다"며 "국내외 연구결과 및 사례를 참고하는 한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 우리 여건에 맞는 최적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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