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두달 전 비서실장 되나 묻자 "풀 뜯고 사는데 무슨.."

최경운 기자 2020. 12. 31. 2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靑비서진 개편] LG CNS 부사장 지낸 전직 엔지니어.. 부산 친문들이 추천
전·현 비서실장의 포옹 - 노영민(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포옹하며 웃고 있다. 유 실장은 이날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와 의견을 대통령께 전달해 잘 보좌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31일 임명된 신임 유영민(69) 대통령 비서실장은 LG CNS 부사장을 지낸 엔지니어 출신이다.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두 차례 출마했고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발탁됐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인이 아닌 기업 출신 인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해 임기 말을 무난히 마무리하겠다는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실물 경기 회복 등 임기 마지막까지 국정을 다잡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유 실장은 이날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 어려움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께 전달해 잘 보좌하겠다”고 했다.

유 실장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2002년 LG전자에 입사해 IT 파트에 배치됐을 때 담당 임원이 유 실장이었다. 유 실장은 건호씨와의 인연에 대해 2017년 장관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직장 상사로서 건호씨 결혼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눴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8월부터 2년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지냈다. 이후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을 지냈고 현 정부 첫 과기부 장관에 임명됐다. 청와대는 “유 실장은 코로나 극복과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4차 산업혁명 선도 등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을 지휘할 적임자”라고 했다.

유 실장은 2016·2020년 총선 때 부산 해운대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두 번 모두 낙선했다. 그를 영입해 부산에 출마시킨 게 문 대통령이다. 민주당에선 2016년 총선 당시 처음엔 유 실장을 인천에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요청으로 출마지를 부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 강세 지역에 출마해준 유 실장에 대해 문 대통령이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1951년생인 유 실장은 문 대통령보다 나이가 두 살 많다. 그러나 장관 시절 유 실장은 소탈한 스타일로 친화력이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1기 내각 연장자 그룹이었던 송영무 전 국방장관과 유 실장이 동료 국무위원들과 삼삼오오 모임을 자주 만들어 결속을 다지는 등 맏형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날 퇴임한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유 실장을 “소통 리더십을 갖춘 덕장(德將)”이라고 소개했다.

유 실장은 지난 10월 말 본지 통화에서 비서실장 발탁을 묻자 “지금 경기 양평에서 풀 뜯고 있는 사람이 무슨 비서실장을 하겠느냐”며 “청와대도 내가 풀 키우는 걸 아는지 아무런 전화가 없다”고 했었다. 유 실장은 부산 친문 그룹에서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에 먼저 비서실장직 제안을 받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 대신 유 실장을 천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 실장 인선을 두고 여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 출신을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새로운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임기를 무난히 마무리할 ‘관리형’ 인사를 택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노영민 전 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은 2007년 비서실장에 취임하면서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下山)에 비유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마음을 다잡자’고 말씀했다”며 “유 실장도 같은 마음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무 분야는 부산 친문 그룹이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임 신현수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임 신현수(62) 민정수석은 현 정부 들어 첫 검사 출신 민정수석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문 대통령과 같이 근무했다. 문 대통령이 야인 시절 격의 없이 술을 마신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 때는 문 대통령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고 현 정부 들어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7기 선배다. 대검 마약과장 등을 지냈고 김영삼 정부 때 한보그룹 수사에 참여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전임과 전전임 민정수석이 감사원 출신이었는데 검찰과의 소통 등에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신 수석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