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EU '투자협정' 합의, 남은 변수는 반중 정서
중, 대미 갈등에 '방패' 활용
코로나 책임론 반감은 여전
회원국 비준 등 난관 예상
[경향신문]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30일(현지시간) 거의 7년 만에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유럽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권이 전례 없이 확대되고, 중국은 동맹 간 연대 강화로 대중 압박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전략에 대한 ‘방패막이’를 얻게 됐다. 다만 EU 27개 회원국 비준 등 앞으로 남은 절차가 있는 데다 EU 내 반중 감정도 높아 실제 시행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화상통화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31일 보도했다.
EU는 이미 높은 수준의 대외 투자 개방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정은 EU가 중국에서 투자 혜택을 더 누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 기업들은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중국에서 통신, 금융, 전기차 등 분야에서 전례 없는 시장접근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기업들의 중국 진출 시 중국 기업과 합작투자사를 차려야 하는 조건이 폐지되는 등 공정경쟁을 위한 여건도 개선된다. 기후변화 노동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정치적 실리를 챙겼다. 미·중 갈등 구도에서 EU를 방패막이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EU 회원국들을 압박해 화웨이(華爲)를 포함한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 왔던 터라 중국은 EU와의 협정 체결을 미국의 포위망 탈출을 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전을 펼쳐왔다. 동맹 간 연대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고 해온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전략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이번 합의는 2014년 1월 협상이 개시된 지 거의 7년 만에 이뤄졌다. 회원국은 물론 EU 의회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협정이 체결되고 시행되기까지는 수개월 내지 1년이 걸릴 수 있다.
EU 내에서 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것도 변수다. 바이든 행정부가 EU 동맹 강화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을 공론화할 경우 EU 의회 통과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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