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난항 거듭했던 브렉시트, 마침표 찍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상원 ~ 여왕 재가 일사천리
오늘부터 'EU 아닌 영국'
[경향신문]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절차가 마무리됐다. 영국 의회는 30일(현지시간) 실시한 하원 투표에서 찬성 521표, 반대 73표로 ‘포스트-브렉시트 교역법안(영국이 EU를 떠난 뒤 EU와의 교역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1일 밤 11시(GMT기준)부터 ‘영국 없는 EU, EU가 아닌 영국’의 시대가 시작된다.
가디언과 BBC 등은 이날 “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합의안을 두고 야권에선 졸속으로 진행됐으며 영국 어업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판해 진통이 예상됐다. 그러나 며칠씩 걸리기도 하는 법안 심사는 이날 단 4시간 만에 끝났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됐고, 31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여왕의 재가까지 받았다. 47년 만에 영국이 EU를 떠나는 절차가 하루 만에 끝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 데는 제1야당인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가 “부족한 법안이라도 노딜(아무 추가 협의 없이 브렉시트가 발효되는 것)보다는 낫다”며 찬성의견을 밝힌 것이 주효했다. 그만큼 영국에서 노딜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가 컸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2020년 1월31일부터 공식발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과 EU는 지난 3월부터 세부사항을 협의했다. 협상은 결렬과 재개를 반복했으나, 12월이 넘어서도 진전이 보이지 않아 노딜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영국과 EU는 24일에야 극적으로 협상안을 타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통과 후 “우리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자 가장 큰 동맹국인 EU와의 새로운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EU는 앞서 29일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통과시켰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유럽이사회 위원장은 30일 브뤼셀에서 이 합의안에 서명했다. 내년 2월28일까지 회원국별로 비준절차를 거치게 된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무관세·무쿼터 원칙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입국절차부터 의료보험, 통신서비스 등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돼 한동안은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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