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노영민 "제대로 보필 못해 죄송"

박홍두 기자 2020. 12. 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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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동삼척..' 퇴임사 통해 현안 어려움 토로..내년 지선 충북지사 도전 전망

[경향신문]

인사말 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세 척의 얼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빙동삼척비일일지한, 氷凍三尺非一日之寒)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지난 31일 2년 만에 물러나면서 밝힌 말이다. 노 실장은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 인내심을 갖고 지혜를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중국 고사성어로 퇴임사를 대신했다.

재임 동안 맞닥뜨렸던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대응, 검찰개혁 등은 어려운 현안이었고, 해법 역시 쉽지 않음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노 실장은 지난 4·15 총선 승리와 당·청 간 유기적 관계 구축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현안 대응에선 어려움을 겪었다.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 아파트 소유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급 파동, ‘추·윤 갈등’ 등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각에서 노 실장 교체를 ‘경질’로 보는 이유다. 그는 이날 청와대 소통관에서 퇴임 소회를 밝히며 “최고의 대통령을 모신 지난 2년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면서도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노 실장의 퇴임 소회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여야와 사회의 인식차로 인한 업무의 어려움을 탓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는 “외부 민심이나 반대 의견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성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청와대 2인자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을 직접 소개하며 1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당시 취임사를 끌어왔다. 이른바 ‘하산론’이다. 문 대통령은 2007년 3월12일 노무현 정부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취임하며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임기 마지막 날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다.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라고 말했다. 미완의 국정성과를 완수해 달라는 당부 메시지다.

노 실장 스스로도 정치 행보를 재개해 이 과업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충북지사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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