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형' 비서실장·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 '안정·관리' 선택
[경향신문]
뉴딜·포스트 코로나·4차산업 등 미래 선도형 국정 힘싣기
권력기관 개혁·지지율 반등·정권 재창출 교두보 확보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대통령비서실장에,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하며 사실상 임기 마지막 청와대 개편에 속도를 냈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비서실장, 김종호 민정수석과 함께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던 김상조 정책실장의 사표는 반려했다. 인적 쇄신을 통한 국면 전환과 정책 방향의 연속성을 함께 고려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이번 청와대 개편을 통해 드러난 문 대통령의 집권 5년차 구상은 ‘안정’과 ‘관리’로 평가된다.
전문 경영인 출신의 유 전 장관을 대통령비서실의 총괄 책임자로 낙점하면서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 등 현 정부의 역점 사업과 포스트 코로나 대응,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선도형 국정과제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치료제 개발 등이 가시화하면서 코로나19 극복 후 당면 과제인 경제 회복을 위해 ‘현장형’ 비서실장을 기용한 것이다. 최근 하락 중인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과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도 유 비서실장의 우선 과제다.
정권 말 최측근 인사를 곁에 두지 않은 문 대통령 결정도 주목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관료형 인사’를 택한 것은 안정과 수습, 소통에 방점을 찍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6년 당시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 영입 인사로 입당하면서 “당 안에서 왕따가 되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 있다면, 그것은 민주당과 우리 정치가 건강하게 바뀌고 있다는 징표”라고 했던 유 실장 언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유 실장은) 산업 전반에 인적 네트워크가 넓고 경제 역량이 뛰어난 인사”라며 “안정감 있게 국정과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가 모두 판사 출신인 점을 감안해 신 민정수석을 기용해 균형을 맞췄다.
정부 역점 과제인 검찰개혁이 검찰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던 만큼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중용한 것이다. 특히 신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6기로, 박 내정자,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7기수 선배다. 곧 출범할 공수처의 성공적 안착, 법무부·검찰 간 갈등 조율,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과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상조 정책실장의 사의는 반려했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안이 많아 공백·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상조 대안 부재론’도 제기된다. 청와대 참모진이 김 정책실장의 후임을 물색했으나 마땅한 인물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책실장 인사는 정책 기조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여지가 커 정책적 선명성을 갖춘 인사나 현 기조와 두드러진 차별점을 갖춘 인사여야 하는데 이에 부합하는 인사가 없었다는 뜻이다. 적임자가 확보되고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될 경우 연초 추가 개각과 맞물려 교체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시기를 넘길 경우 김 정책실장이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마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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