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국시 허용, 집단행동 면죄부여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의대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2021년도 국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을 1월 말에 시행키로 했다. 그동안 ‘국민적 동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정부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의대생들이 사과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정책 선회라 당혹스럽다.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준 것에 이해할 점은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진이 지쳐가는 상황에서 의사 2700여명은 더없이 필요한 인력이다. 당장 취약지 필수 의료를 담당할 공중보건의 380명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간호사·약사·한의사 등 다른 보건의료인력들이 모두 1년에 1회 면허·자격시험을 치르는데, 유독 의대생에게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해 국시의 형평성에 위배된다. 게다가 정부가 시험 일정을 두 번씩이나 연기했음에도 불응한 의대생들을 조건 없이 ‘구제’하는 것은 특혜 시비를 부를 수 있다. 정부는 국시 재허용에 대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청원사이트 등에는 재응시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글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정부는 “의사 국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의료계에는 어떠한 전제나 요구도 없었다. 그렇다고 의료계가 국시 재허용 조치를 집단행동의 면죄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를 계기로 의료계는 국민생명을 담보로 집단휴진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의대생들은 공식 사과함으로써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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