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과 소통으로 코로나·양극화 파고를 넘자

2020. 12.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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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1일 아침 강원 강릉시의 한 해변에서 2020년의 마지막 해가 뜨고 있다. 연합뉴스

경자년이 저물고 소의 해 신축년이 밝았다. 하지만 새해를 맞는 기쁨보다 고통의 한 해를 보냈다는 느낌이 더 크다. 기대와 희망을 말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버겁다. 지난해 겪은 코로나19의 고통과 우리 사회 안의 극단적인 대립, 그리고 이 갈등을 풀어야 할 정치권의 비효율과 무능이 겹쳤기 때문이다.

2020년은 그야말로 코로나19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방역을 위한 거리 두기 강화 속에 예외없이 모든 이의 일상이 무너졌다. 특히 덜 가진 자, 더 낮은 곳에 있는 시민들의 고통이 컸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흥업하는 택배 회사의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출로 겨우 버티고 있다. 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그들의 절규와 간절한 소망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하지만 새해도 상황은 엄중하다. 당장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하는 때에 국정을 이끌어나갈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집권 마지막 해를 맞았다. 힘의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4월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내년 3월 진행될 20대 대선 레이스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선거는 사회의 모든 의제를 올려놓고 시민의 뜻을 묻는 축제의 장이다. 하지만 선거는 경쟁의 장이어서 갈등이 더 증폭되기도 한다. 통합이 절실한 때에 갈등 요인이 겹친 것은 보통 난국이 아니다. 선거가 온전히 정당만의 게임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생산적인 선택의 과정이 되도록 여야 모두 노력해야 한다.

대외관계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유대를 중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중국 압박 견제는 강화할 게 분명하다. 신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안보를 지켜야 하는 무거운 과업이 주어졌다. 미·중 사이에서 정확한 좌표를 찾아나가는 외교 전략이 긴요하다.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북한과 섣부르게 협상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대북 협상을 재촉하기보다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지키면서 정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도록 외교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경제 또한 마이너스 성장을 뒤집고 V자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본격적인 국내 백신 접종 시점인 2분기나 되어야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경제·산업 구조 개편을 가속화하는 지난한 작업도 가속화해나가야 한다. 경제의 성패는 코로나19의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얼마나 신속히 빠져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집단 면역을 통해 신규 확진자를 줄이는 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이다. 정부는 백신 확보에 더욱 분발해 접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의 시급한 회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1일 신년사에서 “영세 소상공인이나 저소득계층은 회복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파른 상승으로 서민을 좌절시키는 집값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설 전 주택공급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한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더는 부동산정책을 놓고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체는 정치권이다. 지금과 같은 대립과 분열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범한 대책이 아니다. 평범한 임무를 비범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야당과 협치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거대여당의 의석으로도 다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절감한 지난해에서 새해 국정 운영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할 힘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시민들이 K방역을 이뤄냈듯 사회와 정치권은 소통하면서 최소공약수를 찾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처럼 한 발 한 발 확고하게 이 터널을 지나가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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