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이주민 시대..K리그는 이들을 보듬을 수 있나요?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0. 12. 31. 2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당기 머니스(왼쪽)과 풍기 사무엘.


“한국에서 축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은데…”

네팔 출신으로 고교 무대에서 주목받은 ‘축구 유망주’ 당기 머니스(19)는 2021년 새해를 맞는 마음이 무겁다. K리그 드림을 꿈꾸며 문을 두드리던 그가 커다란 벽을 만났기 때문이다.

머니스는 5년 전 14살 나이에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한국에 식당을 차리고 뿌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네팔에서부터 남다른 운동신경으로 돋보였던 그는 경기도 동두천의 신흥중학교 축구부에서 활약해왔다. 늦은 나이에 축구에 입문한 편이지만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머니스는 대통령 금배에서 포천FC 선수로 참가해 2골을 터뜨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지방 프로팀의 입단테스트에서 이미 합격장을 받았다.

강수일(뜨랏)처럼 한 부모가 한국인인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선수가 K리그에서 뛴 사례는 그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머니스처럼 순수 이주민 자녀가 프로 선수로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니스는 K리그 무대에 서려면 우선 국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망주 수준인 머니스가 ‘용병’으로 불리는 외국인 선수들과 같은 대우를 받기는 어려운 일이다.

K리그에선 국적 상관없는 3명의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가맹국 선수가 팀별로 각각 1명씩 최대 5명이 뛸 수 있다. AFC 쿼터는 호주와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축구 강국들의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겨내기 어렵다. 또 아쉽게도 머니스의 모국 네팔은 ASEAN 쿼터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머니스는 프로팀 입단을 위해 한국 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임시체류자는 일반 귀화 조건을 충족해도 귀화가 불가능하다는 국적법에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머니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선수가 외국인 선수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리그나 구단은 없다. 안타깝지만 이대로라면 머니스는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난민 신분으로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앙골라 출신 풍기 사무엘(19)은 머니스의 사례보다는 조금 나은 상황에 있지만 그 역시 걱정이 크다. 사무엘은 6살 무렵 아버지가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와 함께 영주체류 자격이 주어지는 난민 신분을 얻었다. 그런데 사무엘 역시 2021년 K리그에서 뛰는 것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포항의 한 관계자는 “사무엘도 외국인선수로 계속 함께 하기는 어렵다”면서 “만약 사무엘이 귀화에 실패한다면 계약을 파기하는 조건으로 사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축구 현장에선 이주민 가정에서 자란 선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단기적으로는 도입 이래 단 1명의 적용 대상도 나오지 않은 ASEAN 쿼터를 네팔과 같은 서남아시아까지 유연하게 적용하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J리그의 C계약처럼 연령 및 연봉 제한으로 외국인 유망주를 육성할 수 있도록 보완한다면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쿼터에 대해선 아직 별 다른 논의가 없었다. 국내 선수 보호 측면까지 다방면에서 고민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