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당선소감 - '멈춘 시계' 다시 움직일 때, 내 안의 시간도 깨어났다 [2021 경향 신춘문예]
2020. 12. 31. 19:51
[경향신문]
손목시계가 둘 있습니다. 인조가죽 하나, 메탈 하나. 딱히 비싼 물건은 아닙니다. 시계는 둘 다 일 년도 넘게 멈춰 있었습니다. 가끔 멈춘 시계를 차고 나갔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바늘을 부끄러워하면서요.
유튜브 영상에서 누군가 말했습니다. 멈춘 시계를 그대로 두면 좋지 않다고. 마음에 걸리면서도 저는 참 게을렀습니다. 어느 밤, 내일은 꼭 시계의 배터리를 갈아주자고 결심했습니다. 시계를 맡긴 뒤 춥고 낯선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배터리 교체가 끝났다는 문자를 받을 때까지요. 시계를 찾으러 춥고 낯선 길을 되짚던 중에 당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시계를 살렸는데 내 안의 시간이 살아나는, 꾸며낸 듯한 이런 일도 있습니다.
더딘 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제 글을 읽으며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고 여기는 날도 오리라 감히 바라봅니다.
부족한 글을 좋게 보아주신 심사위원분들. 우경미 선생님. 구효서 선생님. 아낌없이 주시는 강선 선생님. 함께 공부한 문우님들. 응원해 주시는 SF의 끈 회원님들. 법웅대 선후배님들.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 고마운 연을 이어가고 있는 위원회 동기분들. 멀리서 힘내고 있는 정아. 닿았다가 스러진 인연 속의 소중한 분들. 영감을 주는 모든 것. 고맙습니다.
양지예
△1984년생.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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