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북한] 임박한 북한 8차 당대회 '관전 포인트'는?

박수성 2020. 12. 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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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순 당대회 개최로 정책 담긴 신년사 대신 연하장이나 서신 형태될 듯
김정은 '지도'만 하고 '책임' 낮아지는 초월적 형태 등 당규약 개정 여부 주목
백두혈통 김여정은 당 공식직위 격상 및 신설 부서의 직책 맡을지 주목해야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지난 12월 29일 북한은 제7기 제22차 정치국 회의에서 8차 당대회를 내년 1월 초순에 개회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공식 발표하지 않아 개최일, 북한의 새 정책 등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올해 마지막 화 <창 넘어 북한>에서는 새해 인사를 드리며, 임박한 8차 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창 넘어 북한 첫 방송은 지난 4월 13일이었습니다. 8개월 남짓 되는 동안 내보낸 동영상이 모두 37편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잠적, 코로나 사태 등 당장의 현안은 물론 북한 노동당원의 생활과 같이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상도 전해 드렸습니다.

가급적 이념과 정치를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북한에 쌀을 주자'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 등 진행자의 주관을 드러낸 동영상도 있었습니다.

창 넘어 북한 이전까지는 얼굴을 드러내는 일 없이 글만 쓰다가 얼굴을 내밀고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새 방식에 적응해야 해서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영상에서도 글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미리 작성된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만 진행해 좀 딱딱하고 무겁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박수성 기자가 진행자로 나서는 등 조금이나마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제가 출연했을 때보다 박수성 기자가 출연했을 때 조회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서 결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기를 약속드릴 순 없지만 새해엔 창 넘어 북한을 조금 더 흥미롭게 꾸며보도록 내용과 형식에 변화를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박수성 기자는 매주 새로운 주제로 북한을 소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북한식 표현대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는 자세로 열심히 해왔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전담하면서 창 넘어 북한 제작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김광원기자도 인사드립니다.

평생 겪을 어려움을 다 겪은 것 같은 올해를 마무리하면서 시청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잘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오늘은 그제 아침 노동신문이 보도한 대로 1월 초순에 열릴 예정인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월 초순에 열린다고 했으니 1일부터 10일 사이에 당대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1일은 정초인데다가 주말이 이어지기 때문에 피할 듯합니다. 결국 월요일인 4일이 당대회를 시작하는 날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입니다.

2016년 7차 당대회는 4일 동안 열렸습니다.첫날부터 3일째까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가 진행됐습니다.

3일차에 김정은 위원장은 사업총화 결론을 내리고 그 내용을 대회 참가자들이 숙지하는 ‘학습’이 있었고 중요한 결정은 모두 마지막 날인 4일차에 이뤄졌습니다.

당 규약 개정, 김정은을 최고지도자로 추대, 당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추천 및 선거, 선출된 중앙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개최, 전원회의에서 각 부서 책임자 등을 임명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정으로 4일부터 7일까지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에서 당대회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행사입니다.

최고지도자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독재국가에서 그런 행사가 실질적인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일 시대인 1981년부터 2011년까지는 당대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그렇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선 정책을 결정하는 공식 절차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김정은위원장은 북한의 의사결정기구와 과정을 정상화하는 것을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왔습니다.
2주 전 박수성 기자가 말씀드린 대로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그제 열린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김재룡 당부위원장이 사회를 보았다고 밝힌 대목이 흥미롭습니다.김정은 시대의 모든 정치국회의에서 사회자가 김정은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지도 밑에 김재룡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회의를 사회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가진 의미를 두 갈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 김재룡 부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는 사실을 주목해 앞으로 회의 진행을 김위원장이 직접 하지 않고 회의를 준비하는 책임자가 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위급 의사결정이 김정은 한 사람에 의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국이라는 집단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겁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었던 정치적 책임을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감당하지 않고 정치국이라는 의사결정기구가 감당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걸 '꼼수'라고 해야 할까요?

반면 '김정은 동지의 지도 아래'라는 표현이 붙은 것을 보면 여전히 김위원장이 정치국 전체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는 북한에서 유일영도체계라는 1인 독재 통치방식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두 가지 해석을 종합하면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이 '지도만 하고 정책 결정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로 공식 격상될 수 있다는 예측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서 김위원장의 권한은 다음과 같이 규정됐습니다.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당을 대표하며 전당을 령도한다.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된다."

단 두 줄입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이 규정이 어떻게 바뀔지, 혹은 전혀 바뀌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 위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주목하는 건 8차 당대회가 '김일성, 김정일의 후광에서 완전히 벗어난 김정은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입니다.

곁가지지만 이번에 김재룡 당부위원장이 사회를 봤다고 밝힌 대목은 그가 현재 조직지도부장을 겸하는 당부위원장으로서 8차 당대회를 준비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지금까지 조직지도부장이 누구인지는 공개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당대회에서 또 주목되는 내용은 김여정의 위상입니다.

창 넘어 북한에서 여러 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김여정은 1970년대 초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됐을 당시와 비슷한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김여정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국제부, 통일전선부, 39호실, 서기실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합니다.

그런데 그제 열린 정치국회의 석상에서 김여정의 자리는 여전히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아래쪽 옆이었습니다. 김여정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직책은 여전히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참고로 조직지도부는 제1부부장이 여럿입니다.

어제 일부 언론에서 김여정이 이번 당대회를 거치면서 정치국원으로 승격될 것으로 점쳤습니다.

정치국원도 상무위원, 정위원, 후보위원 순으로 등급이 있는데 김여정은 현재 후보위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한 계급 올라 정위원이 될 지 아니면, 두 계급이 뛴 상무위원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여정이 정치국 정위원이 되는 지보다는 오히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아닌 새로운 직책을 맡는지가 더 중요할 듯합니다.

현재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있으면서 ‘백두혈통 계승자의 한 사람’이라는 자격으로 여러 부문에 관여하는 '인치(人治)'를 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이번에 당규약에서 권한과 권위를 보장하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 김여정을 임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특징이 정상국가화라고 말씀드린 맥락에 따라 그런 추정을 하는 겁니다.일부 언론의 예측대로 정치국 정위원이 된다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벗어나 조직지도부 또는 새로 신설된 부서의 부장 또는 당부위원장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노동당의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을 넘어 정위원 이상이 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름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노동당 관례를 감안하면 나이가 어린 김여정은 당부위원장보다는 부장으로, 정치국 상임위원보다는 정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서 당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지만 새로 신설된 부서의 장으로 승진한다면 그 부서는 조직지도부 이상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부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일 이런 변화가 생긴다면 이는 노동당 역사에서 큰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노동당의 직제는 비서국 체제가 도입된 1966년 이래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비서국을 정무위원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만 각 부서의 기능과 권한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김여정이 맡은 부서가 조직지도부 이상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부서가 된다면 앞으로는 그 부서를 담당하는 사람이 유사시 최고 지도자를 대행할 수 있는 위치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차 당대회에서 논의될 내용들 가운데 정책에 대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김위원장이 3일 동안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총화'에서 정책에 관한 모든 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대한 토론은 이미 사전에 다 정해진 형식과 내용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김위원장이 제시하는 내용들이 앞으로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우리와의 관계, 경제 발전전략, 체제 유지 노력 등을 다룰 것이므로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내용들입니다.

정책 내용들에 대해선 다음 주 창 넘어 북한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당대회가 7일까지 진행된다면 다음 날인 8일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인 점도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을 '태양절'이니 '광명성절'이니 하는 식으로 명칭을 붙여서 국경일로 삼아왔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은 아직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도 전혀 없었습니다.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위상이 새롭게 격상된다면 이번 기회에 김정은의 생일을 기념일로 지정하지는 않더라도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주민들 전체에게 선물을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 각국이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가정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 주민들을 상대로 선물을 주려면 사전 준비가 꽤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깜짝 쇼'가 되지는 않을까요?

또 당대회를 축하하는 행사가 거창하게 열릴 전망입니다.

지난 주말 김일성 광장에 군중들이 모여 ‘결사옹위’라는 글 귀를 표현한 것이 위성사진에 잡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결사옹위(決死擁衛)는 목숨을 걸고 지킨다는 뜻입니다. 무엇을요? 바로 최고영도자 김정은위원장을 북한 주민 전체가 지킨다는 뜻입니다.

이번 축하행사는 이처럼 군중들이 김위원장을 축하하는 모양새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일부에선 축하행사로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행사에서 보인 새로운 방식의 군사 퍼레이드를 재연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는 군과 민이 합동으로 행진하면서 ‘결사옹위’와 같은 글 귀를 표현하는 등 매스게임 형태가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매년 1월 1일 김위원장이 발표해온 신년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략될 전망입니다.

당대회에서 김위원장이 사업총화 연설을 통해 예년의 신년사보다 더 상세하게 새해의 정책 방향을 밝힐 예정이므로 굳이 중복해서 새로운 연설을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도 연말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위원장이 3박 4일 동안 연설한 내용을 종합해 1월 1일자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으로 신년사를 대신했습니다.

올해는 당대회가 1월 1일 이후에 열리게 되므로 1일에 신년사 대신 연하장을 노동신문에 게재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지난 가을 함경도 지방 물난리 복구를 위해 평양시민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하는 서한을 발표한 것처럼 북한 주민 전체를 향한 서신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10월 10일 열병식 때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고맙다고 하면서 울먹였던 것과 같은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바로 다음 주에 열릴 노동당 당대회를 미리부터 예측하느라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 말씀드린 내용들이 창 넘어 북한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북한 문제를 다뤄온 기자로서 중요한 계기가 있을 때 북한을 어떤 식으로 관찰하는지를 보여드리는 것도 나름 흥미로울 수 있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번 화를 만들었습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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