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변창흠의 세번째 취임사

김현우 2020. 12. 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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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새 수장이 취임했다.

변 장관은 SH공사 사장과 LH 사장에 이어 이번 국토부 장관까지 세 번의 취임사를 했다.

이번 세 번째 취임사를 보면 변 장관도 이를 충분히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장관에 취임한 것은)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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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시의 주택보급률도 100%에 가까워져 주택의 절대부족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다. SH공사를 전문적인 도시재생 지원기관으로 육성하겠다."(2014년 11월 10일 SH공사 사장 취임사)

#2. "LH가 도시재생사업의 공공디벨로퍼가 돼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성패는 바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가에 달려 있다."(2019년 4월 29일 LH 사장 취임사)

#3. "도심 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설 명절 전에 마련해 발표하겠다."(2020년 12월 29일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사)

국토부의 새 수장이 취임했다.

한편에선 주택정책 전문가로, 다른 편에선 인성 미달자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신임 국토부 장관이다. 변 장관은 SH공사 사장과 LH 사장에 이어 이번 국토부 장관까지 세 번의 취임사를 했다.

지난 2014년(SH공사)과 2017년(LH) 사장에 올랐을 때 그의 '최애'는 도시재생이었다. 그 국가적인 사업을 직접 설계했던 주인공으로 도새재생에 대해 가졌을 애착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과거 무조건 '때려부수고 새로 짓는'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은 실제 많은 폐해를 남겼다. 낙후된 지역의 원주민은 열에 여덟은 쫓겨났고, 집값은 치솟고, 불로소득은 정당화됐다.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상황은 변했다. 2021년. '미친 집값'과 '전세대란'이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도시재생은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이번 세 번째 취임사를 보면 변 장관도 이를 충분히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취임사의 논조가 바뀐 점을 짚어가며 몇 해 전의 취임 각오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첫 번째 취임사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변 장관은 지난 2014년 겨울,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SH공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년 후 지금. 변 장관은 SH공사 사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한민국 부동산정책 수장 자리에 올랐다. 변 장관이 그토록 강조하던 '도시재생의 실험'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전세대란으로 주거불안은 점점 심해지고, 청년들은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 '영끌'에 나선다. 6년 전 했던 각오를 지금 시점에서 조금만 틀어서 되새겼으면 좋겠다.

"(국토부 장관에 취임한 것은)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이다. 지난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논란 속 임명된 변 장관이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길' 바란다.

2014년 서울시에서, 2020년 국토부에서, 공기관 수장으로 활약하던 변 장관을 먼발치서 본 바로는 어쩌면 그의 신념이 두렵다.

그래서 하나만 당부 드리고 싶다. 국가의 주택정책을 만들 '시대적 소명'을 엉뚱한 곳에서 찾지 않았으면 한다. 그 해답은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변 장관의 머릿속도, 주거복지를 위해 요동치는 가슴속도 아닌 시장의 아우성 속에 숨어있다.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국민이 바라는 것은 '부동산 블루'를 잡아줄 고양이일 뿐이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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