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페트병 안되고 새 용기 필요한 세제 리필..리필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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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와 아모레퍼시픽 일부 지점이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리필 코너를 이용하기 위해 집에서 빈 용기를 가져간 소비자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친환경 실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두 곳 모두 "매장에서 판매하는 새 용기로만 리필할 수 있다"고 얘기해서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업팀의 안현진 대리는 "매장에서 왜 기존에 다 쓴 용기에 리필할 수 없느냐는 민원이 자주 있다"며 "법적 기준일 뿐만 아니라 위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취지를 설명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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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나 샴푸를 리필하러 갔더니, 새 용기를 사야 한다고?’
이마트와 아모레퍼시픽 일부 지점이 지난해 하반기 도입한 리필 코너를 이용하기 위해 집에서 빈 용기를 가져간 소비자들은 당황하기 일쑤다. 친환경 실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두 곳 모두 “매장에서 판매하는 새 용기로만 리필할 수 있다”고 얘기해서다. 반면,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상점들은소비자들이 가져오는 일반 페트병 등의 용기로 세제나 화장품을 리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게 맞을까?
31일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 설명을 종합하면, 각각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화학제품안전법)과 ‘화장품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이들 제품 용기는 정해진 안전기준과 표시기준을 갖춰야 한다. 세제든 화장품이든 피부에 직접 닿는 화학물질이 담기는 탓에 ‘안전’이 우선적으로 강조돼 있다. 화학제품안전법의 관련 고시를 보면, ‘용기 강도 시험을 실시할 때 마개 또는 몸체 등 용기의 파손이 없어야 하며 제품의 내용물이 새어나오지 않아야 한다’, ‘20도의 물에서 30초 이상 내용물이 유지돼야 한다’ 등의 의무 규정 사항이 있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아모레퍼시픽은 별도의 사전 검사를 거친 용기를 현장에서 각각 500원, 6000원에 팔면서 내용물은 기존 용량 대비 반값 수준에 리필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뒀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업팀의 안현진 대리는 “매장에서 왜 기존에 다 쓴 용기에 리필할 수 없느냐는 민원이 자주 있다”며 “법적 기준일 뿐만 아니라 위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취지를 설명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화장품 소분은 세제와 달리 매장에 ‘조제관리사’까지 둬야 한다. 소비자가 직접 샴푸나 바디워시 제품을 펌프로 소분할 수 없고, 매장에 상주하는 조제관리사만 안전이 확인된 용기에 담을 수 있다. 실제 ‘리필 스테이션’이 있는 아모레퍼시픽 광교점에 가보니, 자격증을 딴 조제관리사가 위생장갑을 끼고 샴푸를 용기에 담아줬다.
일반 제로 웨이스트 상점에서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 망원동에 있는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련 (용기) 법령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리필을 막는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손님이 세제든 화장품이든 깨끗한 용기를 가져오시면 리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리필을 도입하면서 정작 새 용기를 쓰도록 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항변’이었다.
정부는 시범사업 경과를 보고 가이드라인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한준욱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장은 “‘탈플라스틱’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는 점에서, 공용 용기 도입 등 소비자들의 안전과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선에서 관련 부처가 협의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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