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의 실험..'脫EU 확산' 도화선 될까

김연하 기자 2020. 12. 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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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23시부터 브렉시트..47년만에 EU와 결별
존슨 "끝 아닌 시작" 자축 불구
데이터·금융 등 추가협상 남아
통관·검역절차 등 혼란도 예상
노르웨이·그리스 등 이탈 조짐
英 난맥상 후 신중론 기울 수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0일(현지 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브렉시트 협정문에 서명한 뒤 양손 엄지를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날 협정문에 서명하고 이를 영국으로 보내자 존슨 총리 역시 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영국이 47년 만에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지난 2016년 국민투표로 결정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다.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하면서 영국의 탈(脫)세계화 실험이 성공할지를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우려됐던 유럽 각국의 탈EU 도미노가 시작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31일(현지 시간) B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전날 찬성 521 대 반대 73으로 EU 미래 관계 법안을 통과시켰다. BBC는 하원에 이어 상원도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왕실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제 이 위대한 나라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브렉시트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BBC에 이번 협정으로 “영국은 우리의 길을 가면서도 EU와 자유무역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영국 수출업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점이 있는데 이는 그들이 전 세계에 수출하기 위해 작성해야 할 양식이 하나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 브렉시트는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망해가는 독일 주도의 프로젝트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브렉시트가 서방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줄이고 경제도 해치는 행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는 2016년 6월 23일 시행된 투표에서 영국 유권자의 약 52%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국은 이듬해 3월 29일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탈퇴에 관한 내용이 담긴 50조를 발동했으며 협상을 거쳐 2018년 11월 EU와 탈퇴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올해 1월 29일 유럽의회가 이 협정을 비준하면서 이틀 뒤인 31일 오후 11시 영국은 EU에서 탈퇴했다. 영국과 EU는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 관계 협상을 지속했으며 이달 24일 마침내 타결돼 영국은 EU를 완전히 떠나게 됐다.

영국이 단일 시장과 관세동맹을 탈퇴하는 진짜 브렉시트가 시작되면서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 무역에서는 무관세·무쿼터가 유지되지만 기존에 없던 통관 및 검역 절차 등으로 추가 서류 작업이 생기면서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소매협회의 윌리엄 베인은 “기업들이 지난 50년간 처리했던 관료적 요식 중에서도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BBC는 영국은 국민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도록 6개월 동안 대부분의 확인 절차를 연기할 것이지만 EU는 첫날부터 서류 작업 등을 확인할 예정인 만큼 기업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거나 새 서류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영국 국민들은 180일 동안 90일 이상 EU에 머물 경우 비자를 받아야 하며 EU 회원국을 여행하는 동안 무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간의 휴대폰 무료 로밍 혜택도 사라진다.

추가 협상도 남아 있다. BBC는 데이터 공유와 금융 서비스에 대한 결정이 여전히 내려지지 않았으며 어업 협정도 약 5년만 지속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가디언은 EU와 영국 간 원활한 데이터 흐름을 보장하는 것은 양측의 미래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앞으로 영국과 EU 중 한쪽이 예외 규칙을 만들 경우 관세 부과 등 분쟁이 벌어질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영국 경제권에 속한 회원국과 그동안 도미노 이탈이 관측됐던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 등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EU 각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 각국 정치권에서 유로랜드 탈퇴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브렉시트 과정에서 벌어진 영국 정치의 난맥상을 목격한 유럽 각국이 탈EU에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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