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인문학] 50년만에 다시 온 우주 흙, 지구 탄생 비밀 밝힐까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日 하야부사 2호, 소행성 탐사 이어
中 창어5호, 달 2m 깊이서 흙 채취
美·蘇 , 달 시료 채취·연구 경쟁에도
달의 진화 구간 밝혀줄 시료 못구해
中 창어 5호 시료 분석에 관심 집중
지난달 6일 일본의 하야부사 2호 탐사선이 소행성 류구의 표면에서 채취한 샘플이, 17일에는 중국의 창어 5호가 달 표면의 돌과 월면 지하 2m 깊이에서 퍼 올린 흙이 각각 호주와 몽골의 평원에 도착했다. 달이야 늘 지구 주위를 맴돌고 소행성 류구는 제 나름대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데 6년 주기로 지구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곤 하는 궤도를 규칙적으로 돌고 있는 지구 근접 천체다. 태양계 전체의 규모로 볼 때 달과 류구 모두 지구의 이웃이라 할 수 있다.
우주에서 흙과 먼지를 가져오는 것을 시료 귀환 또는 샘플 리턴이라고 한다. 시료 귀환선이 지구로 돌아오는 사건이 매달 두어 번씩 일어나는 흔한 것은 아니다. 하야부사 1호가 소행성 이토카와의 표면에서 채취한 흙이 지구로 돌아온 것이 10년 전, 달의 흙을 가져온 것은 1976년 옛소련의 루나 24호 이후 44년 만의 일이다. 루나 시리즈가 세 번, 동시대에 치열한 달 탐사 경쟁을 펼쳤던 미국의 아폴로 시리즈가 여섯 번. 총 아홉 차례의 샘플 리턴으로 약 382㎏의 달 토양과 암석을 지구로 가져왔다. 더 이상 새로운 시료가 입수되지 않았던 지난 반세기 동안에도 인류는 그 시료들로 실험실 속에서의 달 탐사를 꾸준히 이어나갔다.
아폴로와 루나 시리즈에서 얻은 달 토양 시료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존슨 우주센터에 보관돼 있다. 과학자들은 이 시료의 밝기를 측정하고, 입자 크기 분포를 조사하고, 암석 박편을 만들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방사성 동위원소의 양을 측정해 토양의 생성 연대를 추정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적 발견에도 불구하고 시료 분석에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우선 시료를 채취한 바로 그 장소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달 주위를 도는 탐사선의 관측 자료로 보완은 할 수 있지만 높은 고도에서 관측한 것이니 해상도가 너무 다르다. 또 다른 한계점은 착륙 가능한 지역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한계로 지금까지의 시료 채취는 모두 달 앞면의 저위도 지역 바다 부근에서 이뤄졌다. 달의 뒷면에서는 지구와의 교신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이는 앞면에만 착륙했고 착륙했다가 돌아오기가 용이한 저위도 지역이 선호됐다. 착륙선의 안전을 위해 울퉁불퉁한 산지보다 평탄한 바다 부근이 유리함은 말할 것도 없다.
50여 년 만에 지구에 새로 도착한 시료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시기에 생성된 지역에서 가져온 것이다. 달 과학자들은 창어 5호가 가져온 시료를 분석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시료를 내부적으로 분석해 실험 결과만 공표할지, 시료 자체를 외부에 공개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시료를 과학자들에게 공개하는 기존의 관행에 따라 일부라도 해외 과학자들에게 공개할 가능성이 있을지 기대해본다. 물론 창어 5호의 시료로 달의 생성이나 태양계 진화에 관한 모든 미스터리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반도에 있던 크레이터도 이제야 발견돼 분석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태양계의 이웃들을 계속 방문해야 하는 이유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악 집단감염' 동부구치소서 이명박 전 대통령 짐 빠져…'옮긴다고 봐야'
- '3·1운동 재현할 것'…1심 무죄 전광훈, 文 대통령 맹비난
- BBC 선정 ‘2020년의 팀’ 왼쪽 공격수에 손흥민
- '인기 탤런트'→'성공한 사업가' 곽진영, 극단적 선택 시도…의식 되찾아(종합)
- 다락방에 82년간 방치한 중국 꽃병...알고 보니 20억대 청나라 도자기
- 文 대통령, 지지율 5주 연속 30%대 '고착'…백신·공수처 영향
- 이스라엘서 화이자 백신 접종자 또 사망…접종 2시간 만에 심장마비
- 연대, 설민석 논문표절 심의한다...학위 취소 가능성 커
- 구구단 하나, 해체 심경 '평생 기억에 남을 것…단짝에 미안' [전문]
- 이재용 국내 주식부호 1위…2위는 정몽구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