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출신 유영민, 임기말 靑비서실 이끈다

임성현 2020. 12. 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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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엔 검찰출신 신현수

◆ 靑 참모진 개편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69)을 발탁하며 임기 마지막 청와대 진용 갖추기에 나섰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산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민정수석비서관 후임에는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62)을 임명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두 차례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통해 이례적으로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며 임기 말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조기에 완비하고 국정 운영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은 부산 출신으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사다. 20대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뒤 문재인정부 초대 과기부 장관을 지냈다. LG에서 20년 넘게 근무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과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 등을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이날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유 비서실장을 소개하면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으로 코로나19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다양한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신현수 신임 민정수석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부산지검과 대검찰청 검사를 지낸 뒤 노무현정부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냈다. 정권 초기인 2017년부터 1년간 국정원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검찰개혁을 정권의 대표 과업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은 그동안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에 비검찰 출신 기용 원칙을 지켜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깨졌다. 노 전 비서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던 김상조 정책실장은 유임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1월 중 '장수' 장관과 지방선거 출마자를 중심으로 추가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포스코 거친 靑비서실장 "바깥 어려움 전달할것"

임기말 비서실장 유영민
부산서 낙선한뒤 과기장관에
靑, 관리형 소통 리더십 기대
코로나극복·한국판뉴딜 과제

文정부 첫 檢출신 민정 신현수
한보수사때 YS아들 구속 화제
盧정부 비서관으로 文과 인연
靑 "검찰개혁 완수할 적임자"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유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물러나는 노영민 비서실장이 서로 어깨를 안은 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영민 실장은 여권 내에서 드문 재계 출신 인사로 문재인정부 3기 청와대 비서실을 이끌게 됐다. [이충우 기자]
문재인정부 집권 5년 차를 맞아 청와대를 총괄하게 된 유영민 비서실장과 검찰개혁 완수라는 '미션'을 받은 신현수 민정수석 발탁은 기존 관례를 깬 파격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측근 정치인들이 주로 임명되던 마지막 비서실장 자리에 기업인 출신이 발탁됐고, 현 정권 들어 교수, 감사원 출신이 맡았던 민정수석에는 처음으로 검찰 출신이 기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에서 만큼은 답답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장고'를 거듭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 달리 이번엔 하루 만에 후임을 임명할 정도로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31일 유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이른 시간 내에 현안들을 정리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고 통합과 조정을 통해 생산성 있고 효율 있는 청와대 비서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도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 어려움을 부지런히 듣고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할 이른바 '순장조'의 핵심으로 유 실장을 발탁한 것은 기존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 체제와 비교하면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할 만큼 이례적이다. 유 실장은 같은 부산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LG전자에 입사했을 때 임원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2016년부터로 길지 않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당시 11번째 총선 인재로 영입했을 만큼 유 실장의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성과 실물경제에 대한 역할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실장은 문재인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임하며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등을 진두지휘하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총선에서 험지인 부산 해운대에 출마해 2차례나 낙마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유 실장은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이른바 정권의 본산인 '부산파'와 인연이 있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보다 나이도 두 살 많다. 청와대 내부에서 다소 권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노 전 실장과 달리 유 실장의 장점으로 소통 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유 실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2021년 5월까지 약 1년6개월이다. 당장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을 마무리 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발맞춰 검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최대 과업인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안착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당청 관계와 대야 관계에서도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8월 노 전 실장이 부동산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을 때부터 후임 물색에 나서며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우윤근 전 주러시아대사, 이호철 전 수석 등 최측근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문 대통령의 선택은 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임기 말 청와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관리형' 인사였다.

신현수 민정수석의 발탁에는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따른 혼란상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김종호 전 민정수석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법원에 의해 무산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 전 실장은 "풍부한 법조계 경험을 바탕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고 국민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며 "새해에는 공수처 출범 등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차질 없는 후속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신 수석은 사법시험 26회로 대검 중수부 연구관, 마약과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거쳤고, 김영삼정부 시절에는 한보그룹 수사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노무현정부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했는데, 당시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이었다. 이번에 15년 만에 다시 문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1951년 부산 출생 △부산 동래고, 부산대 수학과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신현수 민정수석은...

△1958년 서울 출생 △여의도고, 서울대 법학과 △사시 26회, 대검 정보통신·마약과장, 청와대 사정비서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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