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말레이시아, 슬로바키아 - 배범근의 축구 도전사 [이성모의 어시스트+]

이성모 2020. 12. 31. 1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슬로바키아 리그에서 뛰었던 한국의 축구인 배범근)

[골닷컴] 이성모 칼럼니스트 = "해외로 많은 선수들이 많이 나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생각만하고 실천을 못하는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누군가가 본인일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고, 지도자 또는 부모님이 알아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정말 축구선수로서 간절함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은 축구계를 넘어 전세계의 모든 산업과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고통 받은 해다. EPL을 포함해 한 때 축구 그 자체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고 마지막날인 12월 31일마저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일부 경기들이 연기되기도 했다.

축구계가 멈추고 신음하고 있는 사이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끝없이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한국의 축구인들이 있다. 2016년 마케도니아에서 뛰었고 그 후 말레이시아 리그로 옮겼다가 2020년 슬로바키아 리그에 도전했던 배범근이 그 주인공이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유럽에서의 두 번째 도전이 조기에 종료된 아쉬움이 있었으나 포기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그의 행보는 그의 뒤를 이을 미래의 선수들과 축구팬들에게 분명한 의미가 있다.

마케도니아, 말레이시아, 슬로바키아. 이제는 해외의 세 개 리그를 거친 배범근과 인터뷰를 통해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1. 배범근과의 10문 10답

-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슬로바키아에서 뛰고있는 배범근이라고합니다. 저는 SKF SERED라는팀에서 한국인 최초로 슬로바키아 1부 리그 클럽에 입단했고,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리그에 아시아 선수는 저뿐이며, 그 덕분에 현지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리그 초반 3위를 기록하다가 최근 성적이 좋지않아 전반기를 12팀중 7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 최근 슬로바키아에서 뛰었던 팀에 대해 소개한다면요?

: 24명 중 17명이 외국인선수입니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은 팀입니다. 그중에는 우루과이에서 수아레즈와 카바니와 함께 월드컵, 한국대표팀 친선전도 한국에서 뛴적있고, 인터 밀란에서 뛰었던 알바로 페레이라 선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세리에A 아탈란타, 크로아티아 명문 구단에서 임대온 선수들도 여럿있습니다.

- 해당 클럽으로 이적하게 됐던 계기는요?

: 지난 2018/2019시즌을 보내며 어깨 수술을 2번이나하고 두번째 수술 후에는 반시즌간 재활을 했습니다. 빠른 재활 복귀 후 말레이시아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코로나때문에 국경이 막혀 들어갈수가없었고, 유럽에이전트에게 유럽클럽을 제안 받았습니다. 물론 테스트였습니다. 아시아에서 온 선수였기 때문에 테스트로 계약을 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 2016년 마케도니아에서 뛴 적이 있고 그 후 말레이시아에서 뛰다가 4년 만에 다시 유럽에 나왔던 셈인데 당시의 소감 혹은 각오는

: 유럽 에이전트에게 제안을 받고 3일 후에 바로 슬로바키아로 떠났습니다. 테스트였기 때문에 일단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이였고, 많은 문화차이가 있고, 제가 가진 문화습관을 버려야한다는것을 알고있었습니다. 마케도니아의 경험이 유럽축구에 다시돌아와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 2주간의 테스트를 하며 연습경기와 자체경기를 하며 다른 외국인선수들, 슬로바키아 선수들과 경쟁하며 결국계약을 하기로 결정이 났었습니다.

- 이번 클럽에서 전반기를 마쳤는데, 전반기 동안 기억에 남는 경기, 배운 점등은?

: DAC라는 당시 리그 1위팀과 경기가 있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좋은선수들을 많이 데려온 팀과의 홈경기였습니다. 이날은 경기전 경기를 지면 감독 경질이 확정이 되는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시작하고 후반전 시작한 후 얼마되지않아 선제골을 기록하였고, 1:0 리드중 70분에 교체 투입과함께 동료 한명이 퇴장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 남은 시간은 수비만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후반 추가시간을 8분이나 받았으니, 선수들이 실점을 안하겠다고 정말 힘들게 버텼습니다. 결국 팀승리와 함께 감독님과 계속 함께할수있었습니다.

사실 한 경기 한 경기 경기투입이 되는 것이 쉽지가 않으며 18명 엔트리에 들기위해 모든선수들이 훈련때 몸을 날려가며 훈련에 간절히 임합니다. 부상이 걱정이 될만큼 훈련을 실전같이 한다는걸 직접 보고 느꼈습니다.

- 다시 말레이시아리그로 돌아가게 됐는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결정을 내린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 사실 언제가든 말레이시아로 돌아갈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에서 뛸수 있는기회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기회는 아니였기때문에, 최대한 오래 유럽 리그에서 뛰고 싶다라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시즌을 시작하고 발목 부상과 이적서류, 코로나로 인한 경기 딜레이가 되며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지만 팀에 적응을 잘하며 팀의 조금씩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말레이시아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시즌간 함께한 감독님의 부름이였습니다. 말레이시아리그도 돌아가고 싶어도 쉽게 돌아가서 계약할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고민 끝에 제 생각과 욕심보다 일찍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말 아쉽게 생각을 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선 과거에도 현재도 에이전트가 없기때문에 오히려 감독님과 구단에 직접적인 소통으로 많이 원한다는것을 느꼈던 것이 큰결심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동남아시아와 (말레이시아) 동유럽 리그를 거치고 있는데 이들의 축구 환경은 서로 어떻게 다른지, 한국 축구와 다른 부분은 어떤 부분이 있는지

: 동남아시아 동유럽에서 뛰면서 선수들의 피지컬과 축구템포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옆나라에 오스트리아,헝가리,폴란드 리그가있는데 피지컬들이 아주 좋습니다. 유럽은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축구, 한국과 동남아는 볼소유와 경기장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을합니다. 유럽은 격렬한 몸싸움과 태클 파울 등이 많습니다. 빠른 역습을 강조하고 빠르고 횡패스가 아닌 앞으로 가는 패스를 원합니다. 동남아는 용병 선수들과 현지선수들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선수들로 인한 개인 능력에 경기가 많이 좌지우지 됩니다. 날씨도 덥기때문에 스팀사우나에서 축구한다고 하면 쉽게 이해하실듯합니다. 체력이 중요하고 체력 조절또한 정말 중요합니다.

- 계속 한국을 떠나서 해외에서 생활하며 축구를 통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타지인으로서 오래 생활하는 것이 힘든 부분은 없는지

: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지치지않는 멘탈관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부터 열가지 제가 다 알아서해야 하고, 쉽게는 비행기예약부터 구단과의 계약까지 알아서 해야했고, 이적을 하면서 필요한 서류준비가 제일 가따로웠습니다. 그 나라의 음식들을 적응해야만 하고, 어딜가든 먼저 한인식당과 한인마트를 찾아다녔습니다. 훈련시간과 스타일도 달라서 생활패턴도 매번 바뀌어야만합니다. 벌써 해외생활도 6년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많이합니다.

- 언젠가 한국 축구계로 돌아가고 싶은 계획도 있는지

: 축구선수로써 한국에서 불러만 준다면 당연히 돌아갈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축구인, 지도자로써 한국으로 돌아갔을때 해외경험들을 통해 한국축구에 많은 기여를하고싶습니다.

- 그 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

: 해외로 많은 선수들이 많이 나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생각만하고 실천을 못하는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누군가가 본인일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고, 지도자 또는 부모님이 알아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정말 축구선수로서 간절함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수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NS와 인터넷이 발달되었으니 어디든 연락이 가능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알아보고 찾아보고 뛰어다니고 하다보니 기회가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때문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코로나로 힘든시기에 꼭 힘내라는 말 하고 싶습니다.

2. 배범근,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도전하고 있는 한국의 축구인들을 위하여

마케도니아, 슬로바키아, 말레이시아라는 해외 3국에서 선수생활을 해본 배범근의 말대로 한국 선수가 해외의 리그에 도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EPL, 분데스리가, 라리가 등 이미 한국 선수들 혹은 한국 축구가 분명히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리그가 아닌 그 이외의 리그들에서 한국 선수가 장기적으로 정착한 예는 많지 않다. 일부 선수들은 수년간 유럽 리그의 문턱을 두드리다가 안타깝게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하기도 하고 선수 생활을 조기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축구 선수로서 유럽 축구계에 도전하는 일은 그만큼 쉽지가 않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또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필자가 배범근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유,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땀흘리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이 엄청난 '스타'라서가 아니라, '스타'가 아닌 그들의 길도 소중하고 의미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따라갈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전세계 축구계가 병들었던 2020년. 배범근은 슬로바키아라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고 그 도전은 그 자체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배범근, 그리고 또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모든 '축구인'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글=이성모 골닷컴 칼럼니스트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