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12월31일, 불사의 영웅은 팬데믹에 쓰러졌다 / 김태권

한겨레 2020. 12. 31. 16: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윌리엄 리프 로빈슨은 1차대전 때 영국의 전쟁영웅이었다.

③ 로빈슨은 네차례나 탈출했지만 번번이 붙잡혔다.

로빈슨을 괴롭힐 구실이 필요했나 보다.

로빈슨은 독방에 갇히거나 매질을 당하곤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역사다]

윌리엄 리프 로빈슨 (1895~1918)

윌리엄 리프 로빈슨은 1차대전 때 영국의 전쟁영웅이었다.

① “베이비 킬러를 끝장낸” 일로 영국에서 사랑받았다. 1913년 9월3일, 런던 상공에 전투기를 몰고 나가 독일 비행선을 격추했기 때문이다. 독일 비행선은 영국의 민간인에게 폭격을 했다. 그래서 아이를 죽이는 “베이비 킬러”라고 불렸다. 그런데 전쟁이 끝날 무렵 영국 정부는 독일 조종사들이 전쟁 법정에 서지 않도록 시민들 몰래 손을 썼다. 나중에 자기들도 같은 잔혹 행위를 하고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였다나.

② 1917년 4월에 프랑스 상공에서 격추되었다. 공중전에서 로빈슨을 이긴 사람은 누구인가. “붉은 남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독일 조종사 리히트호펜이라고 나온 글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리히트호펜의 부대와 전투한 것은 사실, 로빈슨의 전투기를 쏘아 맞힌 사람은 제바스티안 페스트너. 로빈슨은 죽지 않고 포로가 되었다. 페스트너는 같은 달, 리히트호펜은 이듬해에 전사.

③ 로빈슨은 네차례나 탈출했지만 번번이 붙잡혔다. 1918년에는 포로 학대로 악명 높은 홀츠민덴 수용소에 이송. “친구의 복수를 해주마.” 수용소장 카를 니마이어는 로빈슨이 떨어뜨린 비행선의 지휘관이 자기 친구였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는 것 같다. 로빈슨을 괴롭힐 구실이 필요했나 보다. 로빈슨은 독방에 갇히거나 매질을 당하곤 했다.

④ 온갖 고초를 겪고도 로빈슨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다. 그런 그를 쓰러뜨린 것은 팬데믹이다. 수용소에서 풀려날 즈음 ‘스페인독감’에 걸렸고 스물세살의 나이로 12월31일에 숨졌다. 1차대전 전후로 세계 역사가 바뀌었다고들 하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어쩌면 팬데믹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코로나를 겪으며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김태권 만화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