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없으면 건보급여 환수 압박..제약사 절반 '콜린알포' 판매포기

정지성 2020. 12. 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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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약 '콜린알포' 임상재평가
134개 제약사중 70여사만 신청
비용·환수 엄포에 60여곳 포기
업계 "품목허가도 갱신했는데
재임상·급여환수 불합리"소송
국내 제약사 중 절반가량이 치매 환자에게 주로 처방하는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알포)' 재임상 참여를 포기했다. 보건당국이 콜린알포의 치매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임상재평가에 실패하면 임상재평가 기간 중 제약사에 지급될 건강보험급여에 대해 환수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12월 23일 콜린알포 임상재평가 계획서 제출 마감일에 70여 개 제약사가 계획서를 제출했다. 재평가 대상 업체 134곳(총 255개 품목) 중 절반가량(60곳 내외)이 임상재평가에 불참해 사실상 콜린알포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서 임상재평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콜린알포 판매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후 해당 품목에 대해 허가 취소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많은 제약사들이 재임상 참여를 포기한 것은 임상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물론 효능 입증에 실패할 경우, 재임상 기간 중 판매한 콜린알포에 지급되는 막대한 건강보험급여를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 행정명령에 따라 제약사들이 향후 5년간 임상재평가로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해 콜린알포 허가가 취소되면 임상계획서 제출일부터 허가 취소일까지 약 5년간 보험 급여액을 건보공단에 돌려줘야 하는 이른바 '보험금 환수 계약'을 추진 중이다. 허가를 받은 지 오래된 약에 대해 임상재평가를 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재임상 기간에 지급된 건강보험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2020년 콜린알포 총 처방액 중 환자의 자기부담금(약가의 30%)을 빼고 제약사로 들어간 보험 급여액은 약가(약 5000억원)의 70%인 3500억원 수준이다. 향후 5년간 임상 재평가가 이뤄지고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제약사들은 연간 3500억원씩 총 1조7500억원 가량 보험 급여를 뱉어내야 할 수도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임상재평가를 실시하면 허가가 취소되거나 적응증이 바뀌는 등 허가사항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약효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해도 재평가 기간에도 많은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환수 계약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은 콜린알포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2019년 4월 "글리아티린(콜린알포의 오리지널 약물)은 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미 복지부에서도 임상적 유용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며 콜린알포의 전문약 지위를 박탈하고 급여의약품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보험금 환수 계약에 대해선 법리적인 부당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콜린알포는 2년 전 보통 5년 만기로 돌아오는 품목허가 갱신을 통과한 데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이의경 전 식약처장이 '약효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황에서 재평가를 추진하는 것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다"며 "보험금 환수를 조건으로 재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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