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 뒷목 잡게 만든 진상손님들의 놀라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0. 12. 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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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방송을 이용하는 진상손님들.. 이런 것까지 받아줘야 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2020 겨울특집'으로 마련해 응원 차 방문한 공릉동 찌개백반집은 방영 당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던 가게였다. 매일 새벽 같이 나와 지은 따뜻한 밥에 국과 메인요리 그리고 8가지나 되는 반찬을 내놓고 겨우 6천 원을 받는 백반집. 그 전에는 심지어 5천 원이었다고 했던 집이었다.

손님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사장님은 오시는 손님의 식성까지 파악해 알아서 반찬을 내놓는 분이었고, 손님들도 사장님의 손주에게 용돈을 줄 정도로 훈훈한 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력은 남다르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던 음식 맛이 백종원의 몇 마디 조언만으로 확 바뀔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사장님의 손님을 생각하는 이런 마음이 전제되어 있어서였다. 고기를 먹으면 안되는 건강상태였지만 고기에 문제가 있다는 백종원의 지적에 "죽더라도 먹어 보겠다"고 했을 정도의 마음이었으니.

그런데 다시 찾은 그 가게에서 놀랍고도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듣게 됐다. 전에는 없던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예고하는 가운데, 사장님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들어올 때는 갖고 오지도 않았던 명품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손님은 물론이고, 가족이 와서 밥을 먹고는 '혼자' 먹었다고 1인분 가격만 내려는 손님도 있었으며 심지어 계산 안하고 그냥 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백종원은 자신도 쌈밥집을 할 때 겪었던 일을 들려줬다. 세 명이 들어와 2인분만 시켜 둘이 먹겠다고 하고는 셋이 먹고 마지막에 쌈을 잔뜩 리필해놓고는 갈 때 싸가겠다는 손님도 있었다는 것. 그걸 왜 싸 가냐고 하면 "재활용 하실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는 이야기에서 요식업을 하는 분들이 접하는 만만찮은 진상손님들의 백태가 느껴졌다.

딸 사장님은 백반 6천원에 제육 추가 2천원인 점을 악용하는 손님들의 사례도 있다고 말해줬다. 제육은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싸게 받는 것인데, 백반으로 반찬을 잔뜩 먹고 제육은 봉지에 싸가는 손님들도 있다는 것. 남은 반찬을 포장해달라는 손님, 심지어 종이컵에 담아간다는 손님도 있었다.

또 아이를 몇 살부터 1인분 가격을 받아야 하는지가 고민이라는 사장님은 후기를 보니 초등학교 1학년인데 밥값을 받아서 서운하다는 글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사장님은 이를 이해하려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백종원은 단호하게 그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이가 밥과 반찬을 먹을 나이가 되면 무조건 받는 게 정당한 것이라고.

밤 10시에 찾아온 손님은 다짜고짜 욕설을 하고는 "싸가지 없이 말을 그 따위로 하냐"는 식으로 시비를 걸기도 했다고 했다. 경찰을 불렀더니 SNS에 올린다고 협박을 하던 그 진상손님은 결국 경찰 개입으로 사과를 하고 떠났지만 그 상처는 사장님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됐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장님은 늘 손님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자신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던 분이었다. 사장님의 상처는 이 푸념섞인 한 마디에 모두 담겨 있었다. "6천 원짜리 백반집을 하니까 내가 6천 원짜리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이런 진상 손님들보다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손님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였다. 편지를 써서 남겨주는 분들, 음료수를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백종원은 그 날 찌개백반집을 찾으며 선물로 가져온 화초에 적힌 문구로 하려는 이야기를 전했다. 거기에는 '좋은 손님이 맛집을 만든다'고 적혀 있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많이 등장했던 건 '준비되지 않은 사장님'들에 대한 백종원의 질타와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이번 찌개백반집이 보여준 것처럼, 준비된 사장님들만큼 손님들의 에티켓 또한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그걸 이용하기도 하는 진상 손님들이 있다는 것. 찌개백반집 사장님의 손님을 향한 따뜻한 진심이 계속 전해지기 위해서는 '손님의 자격' 또한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걸 이번 편은 보여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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