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경 신춘문예] "손에 없는 것을 동력 삼아 글 썼다..계속 전진할 것"

2020. 12. 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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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배달을 가다 가끔씩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고 하셨다.

손에 없는 것을 동력 삼아 써 나가면서 가끔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쯤 와 있는 건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 틈을 채우는 디테일을 쫓아 계속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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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통보를 받고

아버지는 배달을 가다 가끔씩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이 안 날 때가 있다고 하셨다. 그럴 땐 일단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간다고. 가다 보면 다시 생각이 나더라고. 서로 웃어넘겼지만 사실 내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손에 없는 것을 동력 삼아 써 나가면서 가끔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쯤 와 있는 건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손 내밀어 준 ‘글모임’ 친구들, ‘석사 BOYS’ 녀석들, 보고 싶은 강원고 문예부 ‘여울’ 선후배님들, 고(故) 최종남 선생님, 언제나 내 곁의 종우와 근영, 그리고 멀리 있는 승만이 형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당선 통보는 낙선을 확신하고 풀이 죽어 있던 오후에 받았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우석(박상원 분)은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될 줄 알았어요.” 그게 그렇게 멋있었는데, 언젠가 내게도 비슷한 순간이 온다면 우석이처럼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당선 통보 전화를 받던 내내 내 몸은 공중제비를 돌고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 틈을 채우는 디테일을 쫓아 계속 가 볼 생각이다. 이제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쯤 와 있는지 불안해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당선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시골 마을에서 문학 신동으로 불렸다는 아버지께 이 소설을 바친다. 그리고 나의 진이, 은수, 은진에게. 형과 형수님, 소윤, 태령에게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

■ 허남훈 씨는

△1979년 강원 춘천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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