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뗄 뿐인데 이쪽저쪽으로 갈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에 선을 그었다. 일정한 주기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움에 맞춰 만든 달력을 넘긴다. 오늘부터는 2021년이다. 시간과 함께 세상살이도 경계를 넘는다. 달달한 말을 주고받으며 앞으로는 늘 웃는 날이길 바란다. 조금 어둡고 어려울 때 희망 또한 자라리라 믿는다. 이사를 왔는데 집은 텅 비어 있는 꼴. 짐은 여전히 저쪽에 묶여 있다. 마음도 저곳에 머물러 있다. 이곳으로 완전히 옮기려면 시간이 걸리리라. 이 바둑도 여전히 우물쭈물한다. 겉으로는 아직 둘 곳이 많이 남아 있다. 언제 마무리 시간으로 들어갈까. 그런 때가 오기는 올까. 사람이 돌을 부리지만 통에서 판으로 간 순간 돌은 생명을 얻는다. 스스로 꿈틀거리며 생각을 드러내고 형편을 말한다.
흑21로 밀었지만 계속 움직이지 못한다. 귀가 백으로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처지가 아니다. 백22에서 여유를 보여준다. <그림1> 백1을 잡을 때는 흑2란 칼끝을 피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굳이 그런 걸 놓고 궁리할 형세가 아니다. 백28로 쫓는다. <그림2> 백1 역시 흑에 기회를 줄 뿐이다. 백30으로 벌려 집으로도 공격으로도 너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