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억짜리 김환기 '우주'..미디어아트로 본다

전지현 2020. 12. 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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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 경매 최고가 작품
영상 작업으로 생동감 살려
김환기 그림 `우주`를 담은 미디어 아트 속에서 관람객이 걷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갤러리]
수많은 별들이 흩어지고 다시 모여 한국 추상화 거장 김환기(1913~1974)의 전면 점화 '우주(Universe 5-IV-71#200)'가 됐다. 전시장 벽과 바닥을 채운 푸른색 점들이 관람객들까지 물들였다. 그 광채에 홀려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32억원에 팔린 그림 '우주'가 미디어아트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 잠실 에비뉴엘 6층 아트홀 공간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mapping) 기술을 입혀 관람객이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이 환기재단·환기미술관과 협력하고 K+프로덕션이 영상을 제작해 이번 전시를 펼쳤다. 아트홀에서 김환기 '우주' 중심을 느끼게 하고, 롯데월드타워 동편 정원에는 평면 캔버스에 갇힌 '우주' 그림을 길이 6m 4면 영상으로 확장한 큐브를 세웠다.

김환기는 우주의 조화를 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점을 찍고 감싸 두폭 전면점화 '우주'를 완성했다. 가로 127㎝, 세로 254㎝ 화면 두 점으로 분리된 공간이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도록 구성해 조형적으로 완벽한 질서와 균형을 이뤘다.

뉴욕에 살면서 별과 달을 형상화한 점은 고국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점화를 그리면서 고국산천의 모습과 고향 뻐꾸기 울음소리, 그리운 얼굴과 추억을 떠올리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 별을 바라봤다고 한다.

1970년 1월 27일 일기에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 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이라고 썼다.

김환기 우주 미디어아트 큐브.
점 하나하나가 쌓여 화면 가득하게 채워질수록 푸른 점의 세계는 바다의 물결, 밤하늘의 별, 맨해튼의 불빛으로 머물지 않고 가슴이 외치는 소리가 됐고 다시 메아리가 되었다.

미디어아트 큐브는 평면 회화에 무한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김환기 꿈의 실현이기도 하다. 그는 1970년 1월 8일 일기에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란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 가는 점. 어쩌면 내 맘속을 잘 말해 주는 것일까 그렇다. 내 점의 세계···. 나는 새로운 창을 하나 열어 주었는데 거기 새로운 세계는 안 보이는가 보다. 오호라···."

미국에서 김환기를 치료하고 후원해주던 의사 김마태(한국명 김정준)와 부인 전재금이 작가로부터 구입해 50년 가까이 소장해온 '우주'는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아갔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고 새로운 예술을 향해 끝없이 도전했던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이번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UNIVERSE(우주) _ WHANKI(환기) 1 -Ⅰ- 21'을 진행한다. 김환기 '우주' 제목이 작품을 그리기 시작한 날인 1971년 4월 5일 그리고 제작 순번에 따른 일련번호(200번째 작품)를 기록한 것처럼 2021년 1월 1일부터 전시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프로젝트 제목을 결정했다.

아트홀 전시장에는 '우주'를 7폭 영상으로 제작한 미디어아트 작품 외에도 판화들이 걸려 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16-IV-70 #166), 붉은 전면점화 '3-VII-1972 #227', 노란 전면점화 '14-XII-71 #217' 등 추상화 외에 구상화 '매화와 항아리' '나는 새 두 마리' 판화 등이 눈에 띈다.

김환기 아내 김향안 여사(1916~2004)가 점화에 대해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인내의 작업이다. 중첩된 빛깔들이 창조하는 신비스런 빛깔의 세계, 이것이 이 작가의 개성이다"고 설명한 내용도 벽에 붙어 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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