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투자협정 7년만에 타결..유럽연합 통해 개방의지

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2020. 12. 3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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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 예상..바이든 행정부 출범전 타결
국유기업, 보조금 문제 등 내용 포함
EU 회원국, 유럽의회 승인 과정 남아
한중 FTA 후속 협상에 긍정 작용 전망
연합뉴스
7년을 끌어온 중국 유럽연합(EU)간 투자협상이 30일 타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양측간 투자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EU와의 투자협정은 양측 투자자들에 더 넓은 시장과 더 나은 기업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개방에 대한 중국의 결의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원칙적으로 끝냈다"면서 "보다 균형 잡힌 무역과 더 나은 사업 기회를 위해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에…중·EU 양측은 왜 서둘렀나

중국과 EU는 올해 안에 협상 타결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14년 1월 1차 협상이 진행된 이후 35차례 회의가 열렸는데 이중 10회가 올해에 이뤄졌을 정도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조 바이든 신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유럽과 투자협상을 매듭지음으로써 어떤 방향으로든 예상되는 중국 압박과 대중 포위망을 뚫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의 협상은 메르켈 독일 총리가 새롭게 EU 순회의장을 맡으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점에서는 31일 순회의장 자리에서 내려오고 내년 가을 퇴임하는 메르켈 총리의 업적으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협정이 중국과 EU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며 "이로 인한 이익은 전 세계에 전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여전히 황폐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신흥 경제 대국과 세계 최대 선진국 그룹 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투자협정 어떤 내용 담았나

이번에 타결된 협정은 '투자에 관한 광범위한 협정'(CAI)이다. 단순한 투자 뿐 만 아니라 수반되는 지적재산권, 국유기업 행동 의무조항, 기술 강제 이전 및 기타 왜곡된 관행금지, 보조금 투명성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국유기업 행동 의무조항이나 보조금 투명성 강화 등은 1년 전 타결된 미중 무역협정에도 없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중국으로부터 환경, 기후 변화 및 강제 노동 금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약속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중국측 실무협상을 이끈 상무부 리용지에 부국장은 심야 브리핑에서 국제노동기구(ILO)협약을 비준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ILO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반복했다.

로이터 홈페이지 캡처
◇EU와 투자협정을 통해 뭘 노렸나?

중국과 EU의 투자협정으로 최근 연평균 100억 달러 수준이던 중국의 EU 투자가 늘어나고, 80억 달러이던 EU의 중국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양측은 상대 시장에 제조업, 임대서비스, 과학기술서비스 등의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데 협정이 체결되면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양측 간에 교역규모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 죽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5G 장비 등 EU에 상대적인 우위를 가진 정보통신분야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중국은 지난달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에 이어 EU와 투자협정도 타결함으로써 대외개방 의지를 확고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이 장기발전 전략으로 채택한 '내수 위주의 국내·국제 씽순환 발전전략'이 폐쇄적인 자립경제 노선이 아니라 개혁개방을 통해 투자·서비스 등 모든 부분을 개방함으로써 상호 윈윈을 추구하는 것임을 전세계에 분명히 알린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무역협상이 됐든 고위급 대화가 됐든 개방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개방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방 대상이 미국이 아닌 EU인 것은 미국과 다른 길을 걷는 세계 3위 경제권 EU와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관련해서 벌써부터 이번 협정 타결로 인해 이득을 볼 유럽 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남은 절차 …한국에 미칠 영향은?

투자협정이 정식으로 체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수개월에서 1년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EU 개별 회원국의 동의는 물론 유럽의회의 승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원국과 유럽의회 승인 과정에서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문제와 홍콩 민주세력 탄압 등의 이슈가 제기될 수도 있다.

중-EU 투자협정 타결은 중국과 FTA 추가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박한진 중국본부장은 "중국의 대 EU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게 되고, 더 중요하게는 EU에 개방한 만큼 한국에도 서비스·투자 시장을 열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간부도 "정확한 협정문 내용을 파악해야 하지만 중-EU 투자협정 내용은 한중 FTA 후속 협상에서 우리에게는 출발점이 될 것이고 중국은 종착점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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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안성용 특파원] ahn8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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