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발언, 송재호 의원 선거법 위반 사건에 득일까, 독될까?
시민단체 "박 내정자 발언 재판 무력화하는 사법 농단" 檢 고발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으로 '판사 출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내정하면서 그의 과거 발언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난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공판을 앞둔 같은 당 송재호 의원을 향해 "민주당이 지키겠다"고 한 것인데, 당시 이 발언을 두고 집권 여당 중진 의원이 '재판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추-윤 갈등'을 봉합하고 '검찰개혁' 완수라는 정권의 과제를 부여받은 법무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다는 말이 나온다.
발언은 박 후보자가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박 후보자는 지난 10월30일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추진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면서 송재호(제주 제주시갑) 의원을 언급했다.
그는 “송재호 (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에게 힘을 실어드리려고 국회의원 10명이 (제주에) 내려왔다”며 “(토론회가 열리는) 어느 지역을 가도 (국회의원이) 1~2명 있을까 말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을 격려하기 위해 큰 박수를 보낸다”며 토론회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 “제가 왜 이러는지 아실 거다”라며 “민주당이 송 위원장을 지킨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당시 송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로 불구속 기소돼 불과 6일 후 첫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곧 '송재호 지키기' 논란이 일었고, 송 의원의 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서 이를 의식한 재판부가 급기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 목민심서 '청송(聽訟)'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지난 11월4일 공판 심리에 앞서 "삼권분립과 법과양심, 불편부당, 재어신독 이 열여섯자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말한 열여섯자는 모두 사법부의 공정성과 독립을 강조하는 말이다.
원문은 '청송지본 재어성의 성의지본 재어신독(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이다. '송사(재판)를 처리하는 기본은 성의(정성)를 다하는 것에 있고 이에 대한 근본은 혼자 있을 때도 몸가짐을 바로 하고 말과 행동도 삼가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의 이러한 말도 공판에 앞서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하는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해석돼 재차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박 내정자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의한 검찰 기소에 따른 송 의원의 재판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고자하는 사법 농단”이라며 같은달 9일 고발장을 서울 남부지검에 제출한 상태다.
도내에서는 박 후보자의 발언이 송 의원 재판에 도움이 될지, 독이 될지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판부가 신독을 앞세워 공정성에 미리 차단막을 친 만큼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이 보호하겠다고 한 말에 부담을 느껴 오히려 더 엄정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괘심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신분이 장관으로 격상돼 무게감이 달라진 만큼 재판부가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부가 단순히 법리 차원을 넘어 정치적 파장까지 짚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사법부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제주 법조계에서는 박 내정자의 발언이 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해도 사려깊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올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이다.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국정감사 때 윤석열 총장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법무부는 31일 박범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렸다. 준비단장에는 이상갑 인권국장(53·사법연수원 28기)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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