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과 예쁨, '시간의흐름'은 달라

이상원 기자 2020. 12. 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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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관행도, 흔한 마케팅 방식도, 1인 출판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싫었다.

〈시사IN〉 설문에서 출판인 다수가 시간의흐름을 '올해의 루키 출판사'로 뽑았다.

2018년 문을 연 1인 출판사 시간의흐름은 올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시간의흐름에서 나온 첫 책 〈건반 위의 철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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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책 - 2020 행복한 책꽂이
ⓒ시사IN 윤무영‘올해의 루키 출판사’로 뽑힌 시간의흐름 최선혜 대표.

출판계 관행도, 흔한 마케팅 방식도, 1인 출판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싫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내고 싶어 회사를 차렸다. 시간의흐름 대표 최선혜씨는 ‘원래 호불호가 극명한 성격’이라고 했다.

〈시사IN〉 설문에서 출판인 다수가 시간의흐름을 ‘올해의 루키 출판사’로 뽑았다. 2018년 문을 연 1인 출판사 시간의흐름은 올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올해 나온 책 7권이 모두 좋은 호응을 얻었다. 1만 부 가까이 팔린 책도 있다. 침체된 출판 시장에 뛰어든 신진 1인 출판사로서 이례적 성과다. 최 대표는 “‘3년 안에 회사 이름을 알리고 5년 안엔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창립 초기 목표가 1년 앞당겨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판인들은 시간의흐름의 강점으로 기획력과 디자인을 꼽았다. ‘참신한 기획과 예쁜 책꼴’, ‘뚝심과 재치가 엿보이는 기획’ 등 평가는 주로 ‘말들의 흐름’ 시리즈를 두고 나왔다. 말들의 흐름은 에세이 연작인데, 끝말잇기처럼 각 권 제목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예컨대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로 이어지는 식이다. 최선혜 대표가 창립 초부터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는 ‘출판사 정체성은 시리즈가 결정한다’고 생각해서다. SNS의 ‘북 인플루언서’들이 ‘말들의 흐름’을 언급하면서 판매고가 더 늘었다. 바이럴 마케팅이 아니라 입소문이었다.

시간의흐름의 태생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이전 직장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최 대표는 꼭 내고 싶은 외서가 있었는데, 타사는 물론 다니던 출판사에서조차 퇴짜를 맞았다. 회사를 그만둔 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새 회사를 차렸다. 숙원사업을 완수하기 위해 질 좋은 종이와 양장 제본을 사용했다. 시간의흐름에서 나온 첫 책 〈건반 위의 철학자〉이다. 출판사 이름도 책 내용에서 따왔다. 책을 내고 보니 독자 호응이 좋았다. ‘이렇게 잘 만드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다’는 작가도 있었다. 일을 벌일 욕심이 났다. 허투루 할 생각은 없었고, 대출을 받았다.

최선혜 대표는 앞으로 “시간의흐름은 달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1인 출판사들뿐만 아니라 국내 어떤 출판사와도 차별화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이를 위해 세운 원칙이 몇 있다. 질 나쁜 종이와 판에 박힌 디자인은 쓰지 않는다, 인세나 원고료 지급을 미루지 않는다, 등단 작가가 아니라 신인도 꾸준히 발굴한다, 모르거나 싫어하는 작가 책은 만들지 않는다.

여전히 제작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내 출판사를 통해 생각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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