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 호국·보훈 강조했던 까닭

연규욱 2020. 12.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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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월남 참전용사 아버지 덕에 보훈 중요성 깨달아"
은수미 성남시장이 30일 성남 중원구 성남시청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성남시는 최근 매일경제와 국가보훈처가 공동개최한 '2020년 보훈문화상'에서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0년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보훈복지기금을 조성해 독립운동가, 6.25·월남 참전용사와 그들의 후손을 위한 47개 보훈사업을 매년 이어오고 있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올해에도 143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훈대상자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 증진에 힘썼다.

성남시가 보훈정책에 앞장서는 데는 전국적으로도 많은 편인 1만3000명의 보훈대상자들이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무력투쟁을 전개한 남상목·윤치장 의병, 대한독립군 출신인 이명하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과거 성남 지역을 무대로 활동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만으로는 성남시의 선도적인 보훈 정책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여기에는 은수미 시장의 개인사도 한몫 했다. 은 시장의 아버지는 故 은성기 해병대 예비역 중령. 그는 6.25전쟁 당시에는 학도병으로, 이후에는 해병대 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인물이다. 지난 2012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월남전 때 얻은 고엽제 후유증과 평생을 싸우기도 했다. 지난 30일 성남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은 시장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게 아버님의 일관된 철학이었다"고 강조했다.

참전용사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의 필요성을 느낀 것도 아버지 영향이었다. 은 시장은 "우리 집안은 아버지가 월남전 보급장교로 근무하며 월남전 특수를 제대로 누렸으나, 장교가 아닌 대다수 병사들은 열악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서부터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덕분에 내가 있듯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고 보훈정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 가정에서 자란 은 시장은 누구보다 '균형 잡힌 보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독립·호국·민주'라는 3가지 보훈 영역에서 정책적 지원이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은 시장은 말했다. 올해에는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 △독립운동가 AR존 설치 △독립운동가 33인 만화책 출판 등 독립 분야의 보훈정책이 강조된 면이 있었으나, 참전유공자 등 호국 분야에도 늘 소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은 시장의 설명이다.

은 시장이 남은 임기동안 꼭 추진하고픈 보훈정책 1순위로 '6.25참전용사 명비 건립 사업'을 꼽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은 시장은 "6.25참전용사분들이 고령화로 인해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감사함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자주 찾고 접근성이 좋은, 예를 들면 중앙공원 같은 곳에 부지를 마련해 늦어도 2022년까지는 6.25참전유공자 명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 시장은 "코로나 시대에 많은 시민들이 어렵고 힘들지만 지금 이 현실보다 더 어려운 전쟁을 겪어내신 보훈대상자 여러분을 위한 예우와 지원은 아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시장은 정치이념적 갈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애국정신이 그 이전 시대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만 보더라도 이순신 동상 이후 우리의 애국정신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폐와 주화만 보더라도 다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공화정을 있게 한 역사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 시장은 이어 "이념적 갈등이 문제라면 합의 과정을 거쳐 양 진영에서 모두 동의한 인물들부터 다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 시장은 "보훈이라는 게 낡은 것이 아닌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민주공화정을 지속적으로 추동하는 동력이라는 사실이 더욱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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