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억 들인 중국 관우상, 이전 비용만 259억?..혈세 낭비 논란

이종섭 기자 2020. 12. 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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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글로벌타임스 보도 화면 캡쳐

중국에서 혈세낭비와 전시성 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荊州)시의 초대형 ‘관우상’이 이번에는 이전 비용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의 시정 요구로 이전이 결정됐지만 건립 비용에 맞먹는 이전 비용이 들게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31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징저우시에 있는 관우상 이전 사업이 다음달부터 추진된다. 현재 징저우시 관우공원에 있는 높이 57.3m, 무게 1200t의 청동 관우 동상을 8㎞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2016년 만들어진 이 거대한 관우상은 삼국지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인 징저우시에서 삼국지 영웅 관우를 기념하고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1억7000만위안(약 284억원)을 들여 건립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았던 이 조각상은 4년 동안 관광수입이 1300만위안(약 21억원)으로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데다 주변 경관을 해소한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급기야 예산 낭비 논란이 일자 중국 정부가 초대형 관우상이 고대 도시 징저우의 경관과 역사적 맥락을 훼손하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면서 이전 사업이 추진된 것이다.

문제는 이전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펑파이에 따르면 후베이성 전자입찰시스템에 공고된 관우상 이전 사업의 전체 사업 비용은 1억5500만위안(약 259억원)이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초대형 동상을 해체해 옮기는 데만 4000만위안(약 67억원)이 들고, 부지 조성비 등 부대 비용을 합치면 당초 건립비에 육박하는 이전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차라리 동상을 없애라며 또 한번의 예산낭비를 지적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동상을 옮기는 데 1억5500만위안을 더 쓰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관련 당사자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차리라 허무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징저우의 거대한 청동 관우 동상이 중국 당국과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아 새로운 장소로 이전할 예정이지만, 이전 계획이 더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이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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