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퇴임' 노영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 죄송", 그의 향후 행보는?
[경향신문]
2년 간의 대통령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노영민 비서실장은 31일 “최고의 대통령을 모셨던 지난 2년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비서실장으로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도 매우 크다는 것 때문에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이날 유영민 전 장관에게 자신의 자리를 인수인계하면서 ‘빙동삼척 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어떤 일도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순탄치 않았던 직무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 실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유 전 장관 등의 내정을 발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취임했던 2007년 3월12일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했던 일’을 다시 꺼냈다. 당시 문 대통령이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에 비유합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입니다.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읍시다”라고 한 발언을 전하면서,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 또한 이와 같은 마음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민 삶의 회복, 대한민국의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무한 책임의 각오로 헌신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노 실장은 자신의 ‘퇴임사’를 따로 전했다. 노 실장은 “이임하면서 간단한 한마디 말씀 드리고 싶다”며 ‘빙동삼척비일일치한’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세 척이면 1m인데 이 얼음이 하루의 추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하루의 따뜻함으로 녹일 수도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뿌리가 깊어서 인내심을 갖고 지혜를 발휘해 대응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다”라고 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등이 해묵은 한반도 문제를 평할 때 즐겨 썼던 고사성어이기도 하다.
2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서울 강남 부동산 다주택에 대한 비판을 받았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논란에 대한 책임론 등을 받은 그였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1년을 남겨둔 현재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져 있다. 노 실장으로서는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뿐 아니라 정부 및 정부정책과 사회의 인식의 괴리를 크게 느꼈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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