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예술가들의 정의로운 반란..뮤지컬 '그라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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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라피티'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영국의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예술가로 활동하는 나비스와 그의 작품 속 매력에 빠진 타일러,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판단하는 타일러의 아버지이자 가상의 도시인 '에덴'의 시장인 클라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다.
그라피티 예술과 전쟁을 선포한 클라인은 나비스의 작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벽에서 떼어내 경매로 팔아넘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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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벽에 그려진 작품은 이를 보는 모두의 것"
뮤지컬 '그라피티'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영국의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그는 분쟁지역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벽, 지하도, 물탱크 등에 작품을 그리고 사라진다.
뱅크시는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파운드(약 15억원)에 낙찰된 자신의 작품 '풍선과 소녀'를 작품 프레임에 미리 설치해 둔 분쇄기로 파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라피티'는 이 일화를 작품에 차용했다.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얼굴 없는 그라피티 예술가로 활동하는 나비스와 그의 작품 속 매력에 빠진 타일러,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판단하는 타일러의 아버지이자 가상의 도시인 '에덴'의 시장인 클라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룬다.
타일러는 뷰포트 가문의 장남으로서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유약한 청년이다. 그는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라피티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메디치'를 자처하며 자유와 저항을 갈망한다. 이후 공연은 한 편의 청소년 성장 드라마처럼 흘러간다.
그라피티 예술과 전쟁을 선포한 클라인은 나비스의 작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벽에서 떼어내 경매로 팔아넘기려 한다. 이에 타일러는 벽에 그려진 작품은 이를 보는 모두의 것이라며 아버지에게 반기를 든다. 이 과정에서 그라피티 예술은 가난한 이들도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이며, 이를 돈으로 소유하려는 부자들의 생각이 그릇됐다는 교훈적인 내용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중하지만, 극의 진행은 발랄하다. 근엄한 캐릭터인 클라인이 '에덴시의 섹시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애교를 부리고, 나비스는 분홍색의 세발자전거를 타고 천진난만하게 무대 위를 뱅글뱅글 돌기도 한다. 무엇보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거리 예술가들의 자유분방함을 잘 살려낸다.
공연은 현대미술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사실 클라인은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인물로 비치지만, 그의 대사에서는 일부 공감 가는 면이 있다.
클라인은 현대미술을 '벌거벗은 황제'에 비유하며 "현대미술은 사기"라고 외친다. 아무도 황제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해하는 척하는 이들의 아이러니를 꼬집는다.
가격이 비싼 작품일수록 가치가 높다고 여기는 클라인의 모습은 우리 역시 작품을 이해하기보다는 가격으로 가치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만든다.
다만 인물의 선악 구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구분되다 보니 극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길거리 예술가들을 핍박하는 클라인과 이에 맞서는 타일러의 대립 구도는 갈등의 고조나 돌파구 없이 악인인 클라인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끝을 맺는다. 평면적인 캐릭터 설정도 아쉽다.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공연은 내년 1월 3일까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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