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논란 SKT 5G 요금제에 맞장구..'여당이 거기서 왜 나와?'

김재섭 2020. 12. 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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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김재섭의 뒤집어보기]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SKT 온라인 가입 전용 5G 요금제
신고 첫날 "환영" 보도자료·성명 내
과기정통부 심의 절차 무력화 뒷말
"과방위원장·여당 간사가 환영한다는데
과기정통부가 보완 요구할 수 있겠나"
월 정액요금 낮추는 대신 할인혜택 없애
"조삼모사..이용자 쪽선 유리할 거 없어
의원들 생색내기에 보완 기회 물거품"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온라인 가입 전용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한 것을 두고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요금인가제를 대체해 새로 도입된 유보신고제 절차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최대 15일 동안 이용자 편익과 경쟁상황들을 잣대로 요금제의 적정성을 살펴 신고를 받아줄지 결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는데, 이 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에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여당 간사가 일제히 에스케이텔레콤의 요금제 출시를 환영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국회 과방위 위원장 보도자료와 과방위 여당 간사의 성명을 바탕으로 ‘에스케이텔레콤이 기존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보다 30% 싼 온라인 전용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내놓는다’고 대서특필했다. 이로써 과기정통부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온라인 가입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신고를 원안 그대로 받아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게 됐다. 만일 보완하라고 반려하면 국회 과방위원장과 여당 간사의 체면이 구겨지며 ‘괘씸죄’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지만, 국회 상임위와 정부 부처의 관계로 볼 때 쉽지 않다.

과방위 위원장과 여당 간사 통해 언론 공개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29일 과기정통부에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엉뚱하게 국회 과방위 위원장의 보도자료와 과방위 여당 간사의 성명 발표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과기정통부가 심의 등 법정 절차를 다 마칠 때까지 ‘비공개’하던 전례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월 정액요금을 30% 낮춘 새 요금제 출시를 신고한 건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금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언론 보도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는 “틀린 내용이 많다. 과기정통부의 심의 절차가 남아 있어 요금제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이동통신 업계와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텔레콤은 비공식적으로는 이 달 초부터 과기정통부에 새 요금제 내용과 출시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쪽이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의 요금제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보완을 요구하며 ‘밀당’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케이텔레콤의 새 요금제가 어떤 모습인지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시민단체가 에스케이텔레콤에 요금제를 보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에스케이텔레콤의 생색내기 5G 온라인 요금제, 과기정통부가 보완과 기존 5G 요금제 개선에 적극 나서야’란 성명을 내어 “에스케이텔레콤이 기존 5G 요금제보다 30% 저렴한 온라인 가입 전용 5G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제안했지만, 신고 전 사전협의 과정에서 △요금제·데이터량 사이의 간격이 넓고 △알뜰폰 고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과기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며 “만약 에스케이텔레콤이 월 3만8500원에 데이터 9GB, 월 5만2500원에 데이터 200GB 수준의 온라인 가입 전용 5G 요금제를 준비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16.3배에 달하는 데이터 단위요금 차별과 단말기 유통 독과점 우려 등을 보완하여 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에스케이텔레콤이 연 3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를 줄여 이미 5만원대 5G 요금제에 데이터를 200GB나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만큼, 즉각 기존 5GX 플랜 요금제 요금을 대폭 낮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요금인하 효과 사라질 수도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과기정통부와 시민단체들의 보완 요구를 거의 반영하지 않은 상태로 새 요금제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와 과기정통부·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텔레콤의 새 요금제는 ‘조삼모사’ 식으로 설계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 요금제는 온라인 전용이고, 자급제 단말기로만 가입할 수 있다. 당연히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이 없고,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 주어지던 선택약정할인(월 요금의 25%) 혜택도 없다. 가족할인·결합할인 등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 쪽에서는 월 정액요금 수치가 ‘30%’ 낮아진다고 해도 명목상일 뿐 다 합치면 30% 이상의 요금할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할인 혜택들이 사라지면서 실제로는 요금 인하 효과가 별로 없을 수 있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이와 관련해 “온라인쇼핑에 취약한 고령층·소외계층이 이용하기 어렵고, 약 5만9천명에 달하는 이동통신 유통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며, 이동통신 서비스 독과점에 이어 온라인을 통한 에스케이텔레콤의 단말기 유통 독과점 시대를 불러올 우려가 매우 큰 반면,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부회장.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반면 에스케이텔레콤 쪽에선 기대 이익이 크다. 우선 ‘30% 요금 인하’ 생색을 내, 다음 대통령 선거 전초전 성격으로 평가받는 내년에 서울시장·부산시장 등의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불거질 수 있는 이동통신 요금인하 요구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유통점에 주던 가입자 유치·유지 수수료(통상 일시불 수십만원+유치 가입자가 다달이 내는 요금의 7% 안팎)를 절약할 수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영업이익 측면에서 보면 온라인 전용 요금제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당이 생색 내려다 무리수 둔 것 같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 과방위 위원장과 여당 간사가 환영 보도자료와 설명을 잇따라 내면서 ‘과기정통부 심의 절차를 통한 보완’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원욱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신고한 당일 ‘에스케이텔레콤 온라인 특화 요금제 환영’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에스케이텔레콤 온라인 특화 요금제 출시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기업이 주도하는 고객 통신비 절감 정책은 매우 의미가 크다. 에스케이텔레콤 언택트 요금제 출시가 향후 각 이통사의 정책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SKT 온라인 전용 요금제 출시 환영’ 성명을 내어 “오늘 에스케이텔레콤이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기존 요금보다 최대 30%까지 저렴한 요금제라는 점에서 국민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국회가 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한 후 출시되는 첫 요금제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결단을 높게 평가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동통신 업계에선 국회 과기정위 위원장의 보도자료와 여당 간사의 성명이 에스케이텔레콤 온라인 전용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빼박’으로 만들며 이용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통사 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해 요금을 30% 낮춘 새 요금제가 나올 수 있게 했다고 생색을 내려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통신사 팀장은 “국회 상임위 위원장과 여당 간사를 앞세워 과기정통부가 신고를 반려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에스케이텔레콤의 로비력이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조삼모사식 꼼수” 비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문은옥 간사는 “시민·소비자단체들은 그동안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구간을 좁혀 이용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낮은 요금제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데이터 요금을 무는 상황을 해소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상황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조삼모사식 온라인 전용 요금제로 이를 피해가는 꼼수를 부렸다고 볼 수 있다”며 “과기정통부 심의 과정에서 일부나마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국회의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어렵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우리가 뭔 말을 하겠냐. 공무원으로써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에스케이텔레콤이 신고한 요금제를 객관적으로 심의해 15일 안에 받아줄지, 반려할 지를 결정할 뿐”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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