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IT전문가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격의 없지만 때론 불도저 스타일"

류준영 기자 2020. 12. 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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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19.09.09. ppkjm@newsis.com


31일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내정됐다. 과학기술 및 민간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지난 경력과 공적을 볼 때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국정을 원만히 보좌할 적임자로 평가한다.

40년 가까이 대기업 CIO(최고정보책임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등 SW(소프트웨어) 민간기업과 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IT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장관을 지냈다. 과기정통부 장관 재직 시절인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상용화했고, 4차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R&D(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유 비서실장은 때론 ‘불도저’식 업무 추진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가 상용화한 5G(5세대 이동통신)는 따지고 보면 유 실장 작품이다. “일정상 무리”라는 통신 3사를 설득해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세계 첫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괴롭다” 할 정도로 통신 3사 CEO(최고경영책임자)들을 끈질기게 만났다. 한동안 계속된 5G 품질 논란과 관련해 준비 안된 상용화 일정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선전하는 등 시장 선점 효과도 분명했다. 그를 두고 아직도 자칭타칭 ‘5G 장관’이란 별칭이 따라붙는다. 통신업계 고위직 관계자는 “ICT 분야에서 쌓아 온 현장 경험과 전문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과기정통부 장관 시절 뚝심을 갖고 주요 정책 현안을 추진했던 것처럼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로부터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이관한 ‘예타 독립’은 역대 정부 부처 중 유일하다. 당시 유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에 “일단 맡겨보고, 잘못하면 다시 되돌려주겠다”며 수 개월 설득·읍소했다. 유 전 장관과 함께 손발을 맞췄던 직할기관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전 이사장·원장들로도 신망이 두터웠다.

유 전 장관 시절,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의 ‘맏형 역할’을 해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전 이사장은 “(유 전 장관은) 한번 신뢰하면 일을 완전히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면서 “특히 장관들이 가장 곤욕스러워하는 국정감사 등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고, 대국회 관련 업무에서 특유의 친화력으로 연구개발 개선 법령을 통과시키고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 원장은 “연구계 현안을 잘 알고 있고 현장에서 과학자들의 애로점에 항상 귀 기울이며 적절한 해결방안을 내놓았다”며 그의 합리적 리더십 자질을 치켜세웠다. 유 실장은 릴레이식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간담회를 진행한 뒤 불필요한 페이퍼워킹(보고서 작성), 종이영수증 붙이기, 도제식 연구 등 연구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불필요한 연구행정 및 관행을 줄여나가는 데 앞장섰다. 강직한 성품에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LG그룹 관계자는 “(유영민 비서실장은) LG CNS 재임 시절 신사업 추진에 대한 판단이 빨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객관적으로 일을 꾸려나가는 편이었다고 평했다.

그는 격 없는 소통도 즐긴다. 당시 장관 비서실장이었던 황판식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장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사무관들과의 대화에서 “어떤 일이 가장 많은가”라고 물었고 “보고서 작성에 시간이 많이 든다”는 공통된 답변에 중앙 부처 최초로 회의에 보고용 종이 문서를 아예 없앤 일화는 공무원 사회에서 유명하다. 또 보고서 양식을 바꿔 모든 보고서를 A4 용지 1매로 줄이라고 지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임 후 산하기관 현장 답사 때 연구자들이 정문에 줄지어 서 기다리는 모습을 본 뒤엔 ‘의전 간소화’를 지시했고, 업무포털 인트라넷을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사무실 대기 및 야근을 줄이는 한편, 주말 출근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 일과시간 이후 전화·카톡 자제, 상대방에 대한 하대 및 폭언 금지 등 조직문화 및 일하는 방식을 개선할 다양한 과제를 추진했다.

SW업계에선 DNA(Data·Network·AI,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조성 전략과 함께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 장벽을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매긴다. 유 전 장관은 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하면서 현장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모두 쏟아붓는 모습이었다”며 “3D 업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어려움이 많은 SW업계의 처우 개선에 그만한 관심을 보인 장관은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ICT 전문가 출신 비서실장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데이터 경제’를 얘기했고, 사회적 합의도 많이 진전됐지만 데이터 관련 규제를 보다 더 확실히 풀어줬으면 기술 개발 진척이 지금보다 더 빨랐을 것”이라며 AI 학습, 빅데이터 구축과 관련해 데이터를 아직 개발자가 원하는 데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은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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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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