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저주에 총리 낙마? '..2021년 스가 향하는 '나가타초 징크스'

도쿄/이태동 특파원 2020. 12. 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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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중률 100%, 사퇴율은 120%를 기록 중인 ‘징크스’가 2021년 새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의 해에는 총리가 반드시 물러난다’는, 일명 ‘나가타초(永田町) 징크스’다. 나가타초는 일본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총리 관저 등이 몰려 있어 ‘정치 1번지’라 불리는 곳이다.

지난 28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1940년부터 올해까지 6명의 총리를 낙마시킨 나가타초 징크스가 최근 대중지를 중심으로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스가 요시히데 총리 때문이다. 60~70%였던 지지율이 석 달 만에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불안한 입지가 반영돼 있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가 ‘코로나 대응 미숙’인데, 당장은 상황이 반전될 기미가 없어 스가 역시 ‘징크스’에 당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징크스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서 징크스다. 실제로 지금까지 일본이 개최한 3차례 동·하계 올림픽 당시 총리들은 모두 각각의 이유로, 그 해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1964년 첫 번째 도쿄올림픽(하계) 때는 이케다 하야토 당시 총리가 병환으로 낙마했다. 올림픽 개막 한 달 전인 9월에 입원했다가 10월 폐막식 다음날 자진 사임했다.

이어 정권을 잡은 사토 에이사쿠는 장기 집권하다 삿포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1972년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해 여당인 자민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하시모토 류타로 당시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징크스는 대회 개최가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열리지 않았던 해에도 작동했다. 일본은 애초 도쿄 하계올림픽과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1940년에 모두 개최하기로 했으나 중일전쟁을 일으킨 대가로 개최권을 반납한 바 있다. 이해 아베 노부유키 당시 총리가 정치 싸움에 밀려 1월에 사임했다. 이어 총리가 된 요나이 미쓰마사도 군부의 압박 때문에 7월에 사퇴했다.

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수퍼 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온 아베 신조 전 총리.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다려왔던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주인공 중 하나다. 7년 9개월 장기 집권을 해온 그도 지난해 9월 대장염을 이유로 갑자기 총리직을 내놨다. 애초 올해 초 도쿄올림픽의 해가 밝고 나가타초 징크스가 언급됐을 때 여론은 ‘설마’가 우세했는데, 지나고 보니 ‘진짜’가 돼 버렸다. 특히 아베는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수퍼 마리오’ 캐릭터 분장까지 할 만큼 올림픽에 애착을 보였으나 개막식도 못 보고 물러났다. 올림픽의 해 5번에 총리 6명 사퇴다.

이제 관심은 스가는 징크스를 이기고 202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에 쏠린다. 현재로선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 슈칸아사히는 2021년 1월호에서 “스가가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강하고, 의지할 수 있는 건 백신이지만 이미 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면서 정치 저널리스트를 인용해 “올림픽이 개최돼도 지지율 만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도요게이자이는 지난 28일 “자민당 내에서도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퍼지고 있다. ‘스가 끌어내리기’의 움직임도 시작됐다”며 ‘4월 정변설’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닛칸 겐다이는 “징크스가 현실이 될 것인가. 올림픽의 저주가 1년 연기된 내년에도 들어맞으면 섬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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