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

조회수 2021. 1. 26. 16: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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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숨겨진 모습

“신적인 존재가 예능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쇼크였어요.” 김광현의 팬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그만큼 팬들에게 김광현은 신비로운 존재였다. 오직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고, 구단 콘텐츠에서도 간간이 얼굴을 비추기만 했던 그가 TV 프로그램에, 그것도 예능에 등장하다니. 하지만 이렇게 입담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재치 있는 모습에 팬들은 다시 한번 반했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야구선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김광현, 그가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예능 뒷이야기부터 미국에서의 삶, 류현진과의 에피소드, 최초로 전하는 김원중에 대한 고마움까지. 그간 신비주의 속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번 인터뷰에 꾹꾹 눌러 담아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송서미 Location 뉴에라 현대백화점 중동점


#여전히 빨간 모자를 쓴 김광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도 덕분에 한국 팬들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돌아왔는데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12월 15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다시 뵙게 돼서 정말 반갑네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드실 텐데, 제 목소리 들으시고 영상 보시면서 조금이나마 힘내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원을 최소화한 곳에서 인터뷰하게 됐어요. 야구장도, <더그아웃 매거진> 사무실도 아닌 곳에서 만나니까 또 새롭네요.

그러게요. 지금 시간도 조금 늦었고, 매장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한산한 분위기에서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네요. 적응이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뉴에라 매장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직전에 뉴에라 매장 쇼핑도 했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었나요?

네. 뉴에라 하면 워낙 인기 있는 제품이 많고 실용성 있는 제품도 많아서 잘 둘러보고 쇼핑하고 갑니다.

지금 세인트루이스 모자를 쓰고 있는데, 아들은 다른 모자를 쓴다고요?

아들이 LA 다저스 모자를 써요. (웃음) 제가 세인트루이스에 가기 전에는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 모자를 많은 분이 선호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구단이라 아내가 구매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세인트루이스 모자가 저 때문에 많이 나갔으면 좋겠네요. 뉴에라 모자 중에 제일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첫 예능 나들이

최근 굉장히 바쁘게 지내고 있죠? ‘라디오스타’ 출연이 화제였는데, 예능 나들이는 좀 어땠어요?

정말 너무 떨렸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떨리더라고요. 아무래도 처음이어서 그랬는데,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면서 적응이 되더라고요. 다른 진행자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말주변이 조금은 늘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웃음)

SK 와이번스 시절에는 굉장히 신비주의였잖아요. SK 팬들 사이에서는 카메라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캐릭터라는 얘기도 있던데,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미국에서 예능을 보는 게 낙이었어요. 영화나 드라마도 있지만 그런 건 두 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려서 시간을 많이 뺏겨요. 계속 보고 있으면 좀 지겹기도 하고요. 그래서 비교적 짧은 예능을 많이 보는 편이고, 웃고 즐기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그런 예능에 내가 직접 나가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게 즐거웠어요. 또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드리기 힘들었는데, 예능을 통해서 한 번에 인사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현지에서 가장 즐겨본 한국 예능은 뭐예요?

‘아는 형님’을 가장 많이 봤어요. 매주 빼놓지 않고 봤어요. 그래서 첫 번째로 출연을 결심하기도 했고요. 사실 미국에서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아는 형님은 잘 볼 수 있었어요. 보다 보니 너무 재밌어서 매 편을 챙겨 봤어요.

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어땠어요?

입담이 진짜 좋으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센스있는 멘트가 나오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제가 출연을 하고 있는데도 TV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가장 만나고 싶었던 분이 있나요?) 김구라 씨요. 정말 TV에서 봤던 것과 똑같더라고요. 이수근 씨도 너무 재밌었고요. 제가 항상 보고 싶어 했던 분들이거든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더 좋았고 덕분에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어요.

예능 출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개인기도 있었나요?

제가 음치, 몸치, 박치예요. 춤과 노래를 정말 못하는데 갑자기 방송에서 춤을 시켰어요. 정말 긴장됐어요. 라디오스타에서도 노래를 시킬까 봐 불안했거든요. 다행히 방송에 나가진 않았는데 계속 노래를 시키려고 했어요. 진짜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결국, 노래는 안 부르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춤은 췄는데, 라디오스타에 좀 미안한 게 있죠. 서운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또 출연해보고 싶은 TV 프로그램도 있어요?

불러주시면 감사하지만 이제 내년을 위해 준비해야죠.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하니까요. 현역이라 부상을 신경 써야 해서 스포츠 예능은 앞으로 가급적이면 안 나가려고 해요.

가족들과 함께 모니터했나요?

와, 제가 나온 건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잠깐잠깐 나오는 클립만 보고 아직 풀 방송은 못 봤어요. 제 목소리를 제가 듣는 게 아직도 너무 어색하더라고요. 아내와 아들이 함께 보고, 같이 출연한 심수창 선배, 양준혁 선배, 홍성흔 선배가 옆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재밌다고 얘기해 줬어요.

아들도 야구에 관심이 많은가요?

아들딸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주고 싶어요. 저도 제가 하고 싶은 게 야구였거든요. 본인이 하겠다고 얘기하고 진심으로 바라야 나중에 하기 싫다고도 못 해요. (웃음) 저는 아버지, 어머니를 졸라서 야구를 시작했어요. 막상 시작하니까 힘든 순간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힘들다고 그만두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내가 원해서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게 참고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실력이 자라고 힘도 붙었어요. 다른 선수를 이기는 게 또 재밌어지고 그러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제 아들딸도 저처럼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 재밌어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걸 시키고 싶어요.


#현 브라더스

이번에 류현진과 함께 또 다른 예능인 ‘런닝맨’도 출연했어요. 류현진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아직 미국에서 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한 경기 두 경기, 한 달 두 달 생활을 하면서 형도 정말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차가 다른 구장에서 경기해야 하고 매번 이동 시간도 정말 길고요. 체력도 정말 좋아야 해요. 직접 경험하고 나니 정말 리스펙하게 됐어요.

아직 류현진과 같이 뛰어볼 기회는 없었잖아요. 이번에 런닝맨을 하면서 같이 뛰고, 게임도 해 봤는데 어땠어요?

사실 마냥 재밌게 놀다 왔어요. 진짜 경기가 아니다 보니 승부에 집착하지도 않았고 재밌게 잘 놀고 끝나고 저녁 식사도 같이하면서 많은 얘기도 나눴어요. (승리욕은 안 생기던가요?) 승리욕이 생기진 않았는데, 퀴즈를 낼 때 못 맞추면 좀 창피하더라고요. 편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웃음)

배울 게 많은 선배지만 내가 류현진보다 이건 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희 애들이 좀 더 크니까 제가 좀 더 일찍 해방되지 않을까요? 하하. 애들한테서 일찍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게 더 나은 점이에요. 형네 아이는 돌도 안 지났잖아요. 그래서 제가 한 7년 정도는 더 빨리 해방될 거예요. (웃음)

메이저리그 진출 전에도 함께 식사하며 조언을 구했다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이야기 주제도 많이 달라졌을 텐데요. 이번에 만났을 때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1월에 어떻게 운동을 할지, 어디서 할지, 어떻게 준비할지 얘기를 많이 해요. 저도 언제 미국에 들어가고 언제부터 캐치볼을 해야 하는지 현진이 형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참고해서 지금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의 영향력

김광현, 류현진 덕분에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어요. 본인이 느끼기에 미국 현지에서 KBO리그에 대한 인식은 좀 어떤가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에서도 시즌을 계속 안 했기 때문에 KBO리그 중계를 볼 수 있었던 게 영향이 컸다고 봐요. 선수들도 새벽에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경기하는 걸 봤는데, 첫 번째 투수가 어떻더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재밌어해요. 본인들이 야구를 못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전에는 추신수, 류현진 선배 이야기 정도만 했다면 이제는 KBO리그에 관심이 좀 생겼어요. KBO리그의 빠던 문화, 치어리더 문화 등 덕분에 좀 더 관심받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죠. 저도 그렇고, 현진이 형도 그렇고 더 잘해서 우리 야구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보여줘야죠. 지금 KBO리그를 더블 A에서 트리플 A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메이저리그급으로 성장했다는 걸 미국 선수들, 미국 프런트에 다시 한번 알려주고 싶어요.

김하성, 나성범 등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선수가 많아졌어요. 선수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김광현을 롤모델로 꼽는 선수들도 더 많아졌고요. 그런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잘하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라는 생각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선수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나도 할 수 있다는 좋은 생각을 가지고 훈련에 임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될 거예요.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의 장발 사진은 봤나요? 그것도 김광현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 아직 어디 가서 한 번도 말을 꺼낸 적이 없어요.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저로서는 정말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해요. 원중이한테 따로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예요. 제가 그렇게 머리카락을 기부했던 것도 후배 선수들이 한 명 두 명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원중이한테 정말 고맙다고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네요.


#두 번째 빨간 모자, 세인트루이스

세인트루이스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현지 언론들도 내년 2021년 선발 로테이션에 김광현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더라고요. 그만큼 이번 2020시즌이 성공적이었어요. 본인의 지난 시즌을 평가해본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나요?

올해 경기를 37% 했어요. 162경기 중에서 60경기밖에 안 했죠. 점수가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서 37점이라고 생각해요. 다 보여주지 못했으니까요. 나머지 63점은 내년 시즌에 채워서 100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요. 올해는 딱 한 만큼만 주고 싶어요. 37점. (그래도 37점은 너무 박한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그 정도면 충분히 많이 준 거예요. 왜냐면 162경기 했으면 100점이니까요. (웃음)

그럼 올 시즌을 돌이켜봤을 때 아쉬웠던 부분은요?

한국에서는 월요일마다 쉬잖아요. 부득이하게 경기가 뒤로 밀리거나 더블헤더가 있지 않은 이상은요. 그런데 여기서는 월요일에 쉬지 않고 거의 매일 경기를 해요. 그 부분이 조금 힘들었어요. 5일 쉬고 공을 던지는 로테이션에 익숙했는데, 미국에서는 4일 쉬고 들어가는 로테이션이 거의 대다수거든요. 그 하루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그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체력을 어떻게 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 방법을 연구하려고 해요.

감독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요?

감독님, 코치님은 거의 칭찬밖에 안 해주세요. 팀 문화 자체가 못한 걸 다그치기보다는 잘한 부분을 칭찬해주는 분위기예요. 경기 결과가 안 좋아도 장점을 끌어내 줘요. 세인트루이스는 팀 자체가 너무나 가족적인 분위기라 선수들끼리도 사이가 좋고 팀워크도 좋아요. 확실히 미국 명문 구단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어요.


이제 엄연한 선발투수가 됐어요. 세인트루이스의 선발투수인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나 잭 플래허티, 오스틴 곰버, 애덤 웨인라이트 등에 견줄 때 본인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컨트롤을 많이 연습해 가서 그런지, 볼넷을 안 줄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한국보다 미국 타자들이 좀 더 공격적이고 빠른 카운트에서 치려는 모습을 보여서 그럴 수도 있어요. 다른 선수들보다는 볼넷을 많이 내주지 않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하고요. 또, 하도 많이 던져봤고 많이 맞아봤기 때문에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제 강점이에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어떤 도움이 되던가요?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시즌 준비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면서 미팅과 전력분석도 쉽지 않았어요. 선수들 간에도 거리두기를 해야 했거든요. 결국, 제가 믿을 사람은 몰리나뿐이었죠. 첫 시즌이기도 해서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 몰리나를 전적으로 믿고 따랐어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소통도 잘 됐어요. 앞으로 몰리나 선수가 남아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간의 몇 경기를 통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앞으로는 그걸 토대로 혼자 헤쳐나갈 방법을 터득해봐야죠.

2021시즌에 몰리나가 FA가 되면서 세인트루이스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본인의 생각은 어때요? 신예, 앤드류 키즈너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키즈너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 느낌이에요. 대화를 더 많이 해봐야 알겠지만, 같은 신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키즈너가 우리 팀에서 최대 루키 거든요. 젊어서 체력도 좋고, 강점을 잘 살려서 앞으로 합을 잘 맞춰나가려고 해요.

이번 시즌 만난 선수 중에 상대하기 쉽지 않았던 선수는 누구인가요?

아직 여러 선수를 상대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 건 크리스티안 옐리치 선수예요.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른 미국 선수들보다 유인구에 잘 속아 넘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지난 인터뷰에서 마이크 트라웃과의 만남을 기대했는데, 그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공략해볼 생각인가요? 예상해본 시나리오가 있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공략법은 없고, 현진이 형이 낮게 던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높게 던져라” 항상 그런 식으로 말해줘요. 다른 후배들도 공감하겠지만 전력분석을 할 때 어디를 던져야 한다기보다는 어디를 던지지 말라고 말해주는 게 뇌리에 꽂혀요. 그렇게 간단히 얘기해주면 훨씬 생각하기 편해요.


한국 팬들은 우리나라 선수가 뛰고 있는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해요. 세인트루이스 역시 마찬가지고요. 직접 뛰어보니 세인트루이스는 어떤 팀인가요?

팀워크가 너무 좋고 선수들이 다 신사적이에요. 매너가 좋고 정말 반듯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응원해주신 만큼 팬들에게 다 보답할 팀이고요. 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팬들이 많이 못 왔는데, 그래도 영상으로 다 인사하고 저 멀리 루프톱에서 응원해주신 50여 명의 팬에게도 다 인사하더라고요. 그때가 마지막 포스트시즌 결정전이었는데, 구단과 선수, 팬들의 사이가 정말 좋아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메이저리그는 진출하기도 쉽지 않지만, 버티는 것도 힘들잖아요. 자리를 지켜오면서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우울하고 힘들 때는 안 좋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좋게 생각하라는 조언은 말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을 때는 오히려 아무 생각도 안 하기 위해 정말 많이 잤어요. 사실 누워있으면 잠도 잘 안 오고 공허함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많이 자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감동적인 영화를 보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예능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우울감이 잊히고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요. 덕분에 멘탈을 잡을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늘 응원하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는 부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서 돌아가길 바랍니다. 저도 더 멋진 모습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찾아뵐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고맙습니다!

***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니 금세 입담까지 늘어서 나타난 김광현.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질문에도 생각지 못한 재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졌던 것처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다. SK에 이어 세인트루이스까지, 두 번째로 쓰게 된 빨간 모자 덕인지 한층 강한 이미지로 돌아온 김광현. 올 시즌 본인에게 매긴 37점이라는 점수는 조금 박하다고 느껴졌지만, 이대로라면 그가 팬들에게 안겨줄 100점짜리 성적표가 머지않아 보인다.


▲ 더그아웃 매거진 117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17호(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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