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오늘밤 11시 '완전한 결별'

- 英 하원, 미래관계 합의안 승인

47년만에 EU와 관계 재설정

존슨 총리 ‘글로벌 브리튼’ 강조

교역때 통관·검역 절차 생기고

타 유럽國 장기체류땐 비자 필요

영국이 실질적으로 유럽연합(EU)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진짜 ‘브렉시트’가 31일 오후 11시(현지시간)를 기해 시행된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후 47년 만의 완전한 결별이다. 영국은 새해부터 당장 교역 등 각종 부문에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EU와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큰 과제를 앞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유럽 내 영국’이 아닌 ‘세계 속 영국’이라는 의미의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을 천명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EU와의 미래관계 협상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521표 대 반대 73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사실상 요식행위인 상원 의결과 왕실 승인의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존슨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글로벌 브리튼’을 강조하며 “우리는 영국 역사 속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존슨 총리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미래관계 협상’ 합의안을 공식 서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제 브렉시트는 뒤로해야 할 때로, 우리의 미래는 유럽 안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월 1일부터 영국과 EU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크게 체감하게 될 변화는 교역 부문이다. 이제 영국이 다른 EU 국가들과 교역할 때 통관 및 검역 절차가 필요하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매년 수백만 대의 트럭이 통행하는 칼레항을 통한 운송에 혼란이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 드 프랑스 지역의 운송업연합회 회장 세바스티앙 리베라는 “혼란은 불가피하며, 추가 통관 검사를 요하는 트럭들로 국경이 마비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큰 변화는 영국 국민이 다른 유럽 국가들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다른 유럽 국가에 90일 이상 체류하는 데 비자가 필요하며 현재 무료인 휴대전화 로밍요금도 새롭게 부과된다. 의사나 건축가, 약사 등 전문자격증도 당초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인정되던 것이 내년부터는 영국 내에서만 인정된다. 또 영국은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유로저스트), 유럽경찰청(Europol·유로폴) 회원국이 더 이상 아니게 된다. 다만 영국과 이들 기구 사이의 협력은 계속하기로 했다. 영국이 강점을 가진 금융서비스의 경우 추후 논의가 필요하나, 일단 한 국가에서 승인을 받으면 다른 EU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금융 패스포트’ 방식은 앞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EU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존슨 총리도 “영국과 우리 친구이자 파트너인 EU 국가들 사이 멋진 관계의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이 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EU를 잃었다. 이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라며 “‘글로벌 브리튼’은 좋은 생각이나, 유럽과의 (새로운 형태의) 재결합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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