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검찰 수사권 폐지는 권력수사 방해用

기자 2020. 12. 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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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당은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전제 아래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한다는 구실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모두 없애는 공소청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고 검사는 기소 여부만 판단하며,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검찰총장은 차관급 고등공소청장으로 격하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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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여당은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전제 아래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한다는 구실로 검찰의 수사 기능을 모두 없애는 공소청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고 검사는 기소 여부만 판단하며,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검찰총장은 차관급 고등공소청장으로 격하시킨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는 입버릇처럼 검찰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고 하는데, 수사는 영장심사나 재판 등 법원의 사법적 통제를 받는 것이지 민주적 통제를 받는 게 아니다.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정치인도 포함될 수 있는데, 민주적 통제가 국민이 선출한 이들의 지시에 수사기관도 따라야 한다는 의미라면 이는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에 역행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법무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최근 내사종결 부당성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수사·내사란 과거의 진실을 밝히고 때론 복잡한 법리도 판단해야 하는 준사법작용이다. 또한, 수사란 기소를 위한 증거수집 과정이므로 기소를 담당하는 준사법관인 검사의 고유업무이지, 범죄 예방과 질서 유지 등 행정 업무를 주로 하는 경찰의 고유업무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유사한 수사 체계인 대륙법계 국가 대부분이 검사에 수사권은 물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고 있고, 일본도 검사와 사법경찰이 각자 수사권을 갖고 있다. 미국 같은 영미법계 국가는 경찰이 체포된 피의자와 피해자·목격자에 대한 임의조사만 하고, 그 밖의 강제수사는 기소단계인 대배심에서 검사가 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이뤄지므로 이를 수사와 기소의 분리 제도로 볼 순 없다.

그런데 법안은 경찰이 중요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나 경찰공무원의 범죄가 있더라도 검찰은 일절 수사하지 못하므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라는 것이다. 결국, 경찰의 수사권·내사권 독점으로 경찰 수사의 불공정을 견제할 기관이 없는 경찰국가가 될 것이다.

여당은 1년 전 수사권 조정을 한다면서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을 몇 개 범죄로 대폭 제한했는데, 이 개정법은 내일 새해 첫날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채 발효도 되기 전에 이젠 아예 검찰청법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그새 있었던 사정 변경이라곤 검찰이 조국·추미애 법무장관 사건뿐 아니라 청와대의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한 것뿐이다. 또한, 법안의 제안 이유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수사의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라지만, 여당이 추진해 온 공수처의 경우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 입법 추진은 청와대를 향한 이들 사건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헌법에서 검찰총장을 합참의장·참모총장보다도 선순위에 놓고 그 임명을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하며, 강제수사의 영장청구권을 검사의 권한으로 규정함은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검찰의 검사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수사권을 박탈하는 위 법안은 위헌 여지도 있다. 법에는 정법도 있고 악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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